북의 행방
어느 산마루턱 암자에 만월로 뜨거나 잘못도 없이 공손히 무릎 꿇은 채 매를 기다리는 북은 전생의 속울음을 보인 적이 없다 가득 차 있으나 보이지 않는 공 속에 초식의 되새김질과 그렁한 눈망울로 그 누구도 해치지 않은 죄의 무두질 끝에 남은 가죽으로 무엇을 말할 것인가
나날이 낡아가는 암자의 노승은 열반의 염원으로 만월을 향해 북채를 잡고 고수 鼓手는 소리꾼의 발자국을 짚기 위하여 아우른다 그 때 북은 미리내의 수많은 별빛으로 반짝이고 미련 없이 떨어지는 붉은 동백꽃으로 홀연히 사라진다
그렇게 우리는 북이 되기 위하여 한 평생을 건너가고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