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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철수의 시로 보는 세상

과메기 / 윤병주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22. 9. 27. 10:41

과메기

 

윤병주

 

 

바다를 지나온 고단한 별이 흘러내린다

바다에 살았던 삶과 생이 마르기 전

겨울의 허전한 공복의 무게를 거칠게 매단 채

바다에 푸른 생을 두고

알몸으로 북서풍에 매달린 순례자

 

구름을 숭배한 어떤 이름으로

눈구름을 따라가면

그의 몸도 소금꽃이 될까

얼 수도 녹을 수도 없는 날을

마른 영혼이 건너가고 있다

차가운 겨울 해풍을 몇 번 맞아야

어떤 이름 하나 얻을 수 있을까

 

 

 

꽁치가 부캐로 과메기라는 이름을 얻으려면

 

한 때 온라인상에서는 인디언 이름 방식의 별칭이 자주 사용된 적 있었지요, 요즘은 평소 나의 모습이 아닌 새로운 모습의 나 또는 두 번째 캐릭터를 말하는 부캐가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명인이라는 별칭을 가진 사람들이 있습니다. 또는 각 부문에 전문가라 불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일부 정치하는 사람들을 제외하면 한 부분에서 타의추종을 불허하는 자들입니다. 그들은 얼 수도 녹을 수도 없는 날”을 거르지 않고 범인(凡人)들은 걸을 수 없는 길을 간 사람들입니다.

 

꽁치가 부캐로 과메기라는 이름을 얻으려면 겨울의 허전한 공복의 무게를 거칠게 매단 채 / 바다에 푸른 생을 두고 / 알몸으로 북서풍에 매달린 순례자”의 고독한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불가능한 것이지요. 과메기라는 이름과 맛은 공짜로 얻어진 것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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