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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철수의 시로 보는 세상

거짓말 / 송찬호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22. 10. 11. 11:39

 

거짓말

         송찬호

 

 

우리 집 개, 돌이가

고삐를 풀고

집을 나갔다가

사흘 만에 돌아와 죽었다

 

누구한테 맞았나?

밖에서 나쁜 걸 먹었나?

 

아빠는 이제 개똥을 치우지 않아서 좋다 하고

엄마는 시끄럽게 짖지 않아서 좋다 하고

나는 개밥 당번을 하지 않아 좋다

 

다 거짓말이다

 

 

 

뭘 먹었기에 저리도 뻔뻔한가?

 

어디까지 믿고 어디까지 속아야 하는지 가늠할 수 없는 말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근거도 없는 자신감으로 근거도 없는 예산을 펑펑 써댈 심산인가 봅니다. 똑같은 레퍼토리가 레코드판을 틀어 놓은 것 같고, 말하는 입과 듣는 귀가 다 같이 기억회로에 접속이 안 된 듯합니다.

 

보세요. 믹스견 돌이의 죽음 앞에서 애써 슬픔을 달래는 아름다운 거짓말을. 거짓말은 이렇게 하는 것입니다. 슬픔을 감추기 위한 아름다운 거짓말에, 뒤 따라오는 눈동자 속의 고인 슬픔이나 동공의 흔들림에 대하여 아무런 얘기가 없지만 우리는 느끼고 있지 않습니까. 고개를 돌리거나 애먼 바람 탓을 굳이 하지 않아도 미세하게 떨리는 진실한 언어의 마술을 경험하게 되지 않던가요.

 

매번 선거 때면 “다 거짓말이다”라고 쫓아다니며 외치고 싶습니다. 근거가 어디 있냐고 혀가 까지도록 따지고 싶습니다. “누구한테 맞았나? / 밖에서 나쁜 걸 먹었나?” 걱정의 말이 아니라 머릿속에 뭐가 들었나? 뭘 먹었기에 저리도 뻔뻔한가? 묻고 싶은 것입니다. 그들에게. 매번 이때쯤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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