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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철수의 시로 보는 세상

늙은 꽃 / 문정희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22. 8. 22. 15:18

늙은 꽃

 

문정희

 

 

어느 땅에 늙은 꽃이 있으랴

꽃의 생애는 순간이다

아름다움이 무엇인가를 아는 종족의 자존심으로

꽃은 어떤 색으로 피든

필 때 다 써 버린다

황홀한 이 규칙을 어긴 꽃은 아직 한 송이도 없다

피 속에 주름과 장수의 유전자가 없는

꽃이 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더욱 오묘하다

분별 대신

향기라니

 

 

 

하루살이에게는 허투루 사는 날마저도 평생입니다

 

하루를 평생으로 사는 하루살이에게는 허투루 사는 날마저도 평생입니다. 한 계절을 사는 풀들이 있고, 수십 수백 년을 사는 나무가 있습니다. 순간을 사는 꽃에 비하면 영원에 가깝지요.

 

“어느 땅에 늙은 꽃이 있으랴 / 꽃의 생애는 순간이다” 어쩌면 꽃이 아름다운 이유는 피고 지는 일에 전 생애를 걸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하루 일당을 벌기 위하여 구슬땀을 흘리며 일하는 노동자가 아름다워 보일 때가 있습니다. 땀이라는 꽃을 피우는 그 시간, 그 생애.

 

삶이 전 생애를 다하여 피는 꽃 같을 수는 없지요. 그러나 “아름다움이 무엇인가를 아는 종족의 자존심으로“ 생을 다하여 피는 꽃 같은 열정적인 삶은 불가능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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