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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철수의 시로 보는 세상

겨울 숲의 은유 / 나호열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22. 9. 6. 14:36

 

겨울 숲의 은유

 

나호열

 

 

살아남기 위하여

단 하나 남은

잎마저 떨구어 내는

나무들이 무섭다

저 혼신의 몸짓을 감싸는 차디찬 허공

슬픔을 잊기 위해서

더 큰 슬픔을 안아 들이는

눈물 없이는

봄을 기다릴 수 없다

 

 

 

살다보면 피할 수 없는 것들이 있다

 

어떤 나무는 새 잎이 나올 때까지 잎을 달고 있지만 대부분의 나무는 겨울이 올 때마다 모든 잎을 떨구고 온전히 벗은 몸으로 겨울을 이겨냅니다. 그것은 죽으려는 것이 아니라 살아내고, 더 풍성하게 여름을 맞이하기 위한 처절한 삶의 몸부림인 것이지요.

 

혹자는 인정하지 않겠지만 실연의 슬픔을 잊는 가장 좋은 방법은 새로운 사랑을 하는 것입니다. 허나 그보다도 가장 확실하게 슬픔을 이겨내는 방법은 그 슬픔과 온전히 함께 하는 것이지요. 슬픔으로부터 도망치지 않는 것입니다. 그랬을 때 비로소 슬픔의 후유증도 없고 살아가는 새로운 에너지도 얻게 됩니다.

 

살다보면 피할 수 없는 것들이 있고, 피하지 않아야 할 것들이 있습니다. 빈주머니 맨몸으로도 당당할 수 있다면 당신은 이미 절반의 봄을 안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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