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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철수의 시로 보는 세상

망월동 / 김수열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22. 7. 14. 13:24

망월동

        김수열

 

인자 울지들 말어

다시는 이런 아픔 없도록 진상 밝히고

책임자 처벌하려면

맘 다부지게 먹어야 써*

1980년 오월

고등학생 아들을 잃은

하얀 소복의 광주 오월 어머니가

2014년 사월

고등학생 아들을 잃은

노란 리본의 세월호 어머니 손을 잡고

오래도록

아주 오래도록 놓지 않았다

슬픔이 슬픔을 위로 합니다

 

일명 잔인한 4월이 갔고, 현대사를 거치며 더 잔인해진 5월도 갑니다. 5월의 따스한 바람 속에는 장미가시가 숨겨있어 울컥울컥 슬픔이 목구멍을 치받습니다. 유유상종이라고 슬픔이 슬픔을 위로 합니다. 슬픔이 슬픔의 겨드랑이를 끼고 젖은 세월을 동행 합니다.

진상이 밝혀지면 죽은 아들이 살아 오냐는 비아냥은 죽인 자들의 쓰레기 같은 명분일 뿐입니다. “1980년 오월 / 고등학생 아들을 잃은 / 하얀 소복의 광주 오월 어머니가 / 2014년 사월 / 고등학생 아들을 잃은 / 노란 리본의 세월호 어머니 손을 잡고“ 진상이 밝혀지길 기다리고 있습니다.

국민의 목숨을 두고 밝혀야 할 것을 밝히지 않거나 묻어두고 가는 건 권력이 국민에게 있지 않다는 가장 확실한 증거입니다. 국가의 가장 중요한 의무는 국민을 보호하는 것이지요. 보호받지 못하는 국민에게 애국심을 기대한다는 건 전제주의 국가에서나 가능한 일입니다. 잔인한 오월이 또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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