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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울지 않는 밤은 없다 / 이면우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22. 7. 22. 14:18

아무도 울지 않는 밤은 없다

 

이면우

 

 

 깊은 밤 남자 우는 소리를 들었다 현관, 복도, 계단에 서서 에이 울음소리 아니잖아 그렇게 가다 서다 놀이터까지 갔다 거기, 한 사내 모래바닥에 머리 처박고 엄니, 엄니, 가로등 없는 데서 제 속에 성냥불 켜대듯 깜박깜박 운다 한참 묵묵히 섰다 돌아와 뒤척대다 잠들었다.

 

 아침 상머리 아이도 엄마도 웬 울음소리냐는 거다 말 꺼낸 나마저 문득 그게 그럼 꿈이었나 했다 그러나 손 내밀까 말까 망설이며 끝내 깍지 못 푼 팔뚝에 오소소 돋던 소름 안 지워져 아침길에 슬쩍 보니 바로 거기, 한 사내 머리로 땅을 뚫고 나가려던 흔적, 동그마니 패었다.

 

 

 

드러내지 못하는 슬픔을 읽어내는 일

 

 

모든 슬픔의 깊이는 다릅니다. 모든 슬픔의 무게는 같지 않습니다. 내 것이 아니라 한사코 가볍게 여길 일 아니지요. “한 사내 머리로 땅을 뚫고 나가려던 흔적, 동그마니 패”일 만큼 처절하기도 한 것이지요.

드러낼 수 있는 것들은 그나마 다행입니다. “한 사내 모래바닥에 머리 처박고 엄니, 엄니, 가로등 없는 데서 제 속에 성냥불 켜대듯 깜박깜박” 울어야 하는, 감춰야 하지만 감출 수 없는 슬픔도 있습니다.

드러내지 못하는 슬픔을 읽어내는 일, 그 슬픔의 깊이를 함께 느끼고 공감하는 것이 이 시대에 깨어있는 사람들의 일입니다. 아무도 울지 않는 밤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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