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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철수의 시로 보는 세상

다 아는 이야기 / 박노해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22. 6. 23. 11:00

다 아는 이야기

                 박노해

 

 

바닷가 마을 백사장을 산책하던

젊은 사업가들이 두런거렸다

이렇게 아름다운 마을인데

사람들이 너무 게을러 탈이죠

 

고깃배 옆에 느긋하게 누워서 담배를 물고

차를 마시며 담소하고 있는 어부들에게

한심하다는 듯 사업가 한 명이 물었다

 

왜 고기를 안 잡는 거요?

"오늘 잡을 만큼은 다 잡았소"

 

날씨도 좋은데 왜 더 열심히 잡지 않나요?

"열심히 더 잡아서 뭘 하게요?"

 

돈을 벌어야지요, 그래야 모터 달린 배를 사서

더 먼 바다로 나가 고기를 더 많이 잡을 수 있잖소

그러면 당신은 돈을 모아 큰 배를 두 척, 세 척, 열 척,

선단을 거느리는 부자가 될 수 있을 거요

 

"그런 다음엔 뭘 하죠?"

우리처럼 비행기를 타고 이렇게 멋진 곳을 찾아

인생을 즐기는 거지요

 

"지금 우리가 뭘 하고 있다고 생각하시오?"

 

가치관이라는 것이 고정관념이 되면

 

가치관이라는 것이 고정관념이 되면 변화하는 세상을 따라갈 수 없습니다. 세상은 나를 재촉하지 않으면서 스스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내가 제자리에 있는 동안에도 세상은 저 혼자 앞으로 달려 나가 나를 과거로 훌쩍 밀어내곤 합니다. 능동적으로 변화하지 않으면 안되는 이유이기도 하지요.

여유라는 것은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인생에 있어서 보이지 않는 큰 재산입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돈이 있어야 여유가 생기는 것으로 착각을 하고 있지요. 여유는, “비행기를 타고 이렇게 멋진 곳을 찾아 / 인생을 즐기는” 것으로 아는, 삶과 돈에 쫒기는 자들은 절대 가질 수 없는 것입니다.

그대여, 그대는 저 “고깃배 옆에 느긋하게 누워서 담배를 물고 / 차를 마시며 담소하고 있는 어부”의 "지금 우리가 뭘 하고 있다고 생각하시오?" 라는 반문에 대하여 어떤 답을 할 수 있는지요? 어부들의 여유로 인하여 “이렇게 멋진 곳”이 완성된 줄 모르는 고정된 시선으로는 결코 답을 찾을 수 없을 것입니다. 당신이 다 안다고 생각하지만 다 알지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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