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이경임
세상에서 아름다운 음악은
망가진 것들에게서 나오네
몸속에 구멍 뚫린 피리나
철사 줄로 꽁꽁 묶인 첼로나, 하프나
속에 바람만 잔뜩 든 북이나
비비 꼬인 호른이나
잎새도, 뿌리도 잘린 채
분칠, 먹칠한 토막 뼈 투성이 피아노
실은 모두 망가진 것들이네
하면, 나는 아직도
너무 견고하단 말인가?
부드러운 것이 강한 것입니다
우리는 단단한 것이 강한 것이라고 배웠습니다. 비중이 높은 것일수록 단단하고 잘 부러지지도 않는다고요. 하여 자존심 강한 사람, 강인하고 강직하고 허리를 굽힐 줄 모르는 사람을 강한 사람이라고 말해왔었습니다. 그런 사람이 존경받아 마땅한 시대도 있었구요. 아마도 약소민족의 비애가 DNA 깊숙이 자리 잡았기 때문이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심지어 남자는 눈물을 흘려서도 안 되는 무생물이어야 했지요.
그러나 생각해 보면 거대한 폭풍우의 두 가지 재료는 바람과 물, 세상을 한 번에 잿더미로 만들어 버리는 불, 그리고 안개와 어둠, 이런 것들은 형체가 가지지 않습니다. 세상을 한꺼번에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을 가진 것들은 모두 자유로운 것이면서 부드러운 것 아니던가요.
“세상에서 아름다운 음악은 / 망가진 것들에게서 나오네 / ... 중략... / 실은 모두 망가진 것들이네”라고 시인이 노래하듯 천재의 빈틈과 엉뚱한 상상이 세상을 변화시켜 왔습니다. 이 시의 마지막에 던지는 화두에 뭐라고 답을 할 수 있을까요. “하면, 나는 아직도 / 너무 견고하단 말인가?” 거두절미 결론은 ‘부드러운 것이 강한 것이고 아름다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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