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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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부르지 않는노래 1991

아무도 부르지 않은 노래 45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21. 7. 12. 23:22

아무도 부르지 않은 노래 45

 

노란 프래지어와 안개꽃이 화병 위에 얼굴을 내민다

늦게 찾아오는 겨울 아침

뿌리를 잘리운 채 저마다의 햇살을 피우고 있다

벽을 기어 오르는 넝쿨손이 시계 쪽을 향하고 있다

뿌리 없는 꽃들은 하나 둘  햇살을 뿌리며 얼굴을 숙이고

손이 길어지는 만큼 넝쿨은

좀 더 깊은 뿌리의 절망이 필요하리라

전지가 다 닳은 벽시계가 문득 멎고

스멀거리며 시계 속으로 어둠이 낯 선 풍경을

쏟아낸다  갑지기 더듬거리는 눈과 언어를 모르는 입이

옷을 벗기 시작했을 때

삶의 뒷켠에서 별이 하나 돋아났다

문을 향해 내려가는  꽃들의 눈빛이

뒤로 돌려지지 않는 넝쿨손을 타고 오르며

아무 곳에도 닿을 수 없는 길을

멀리 멀리 던지며 지워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