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세상과 세상 사이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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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부르지 않는노래 1991

아무도 부르지 않는 노래 49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21. 7. 16. 23:16

아무도 부르지 않는 노래 49

 

베틀 앞에 앉아 있는 여인

손바닥만한 창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햇빛에

여윈 등이 길게 그림자를 드리운다

말없이 하루종일 베틀이 움직이는 숨소리

가득차는 밤

조심스럽게 허공을 휘저으며 찾는 햇살

그녀의 손길이 베틀위에 걸리고

철커덕거리며 베틀이 돌아가는 동안

그녀는 살아있다

태양옷을 지어 입으면 나는 이 방을 나갈 수 있을꺼야

밤이 되면 베틀에는 한숨이 어리고

기도는 눈물로 가득찼다

기억하지 못하는 자신의 얼굴을 들여다 보는

눈 먼 그녀만이 알고 있는 보이지 않는 세계

베틀은 자꾸 낡아져 갔지만

아직도 태양옷은 만들어지지 않았다

보이지 않는 세상보다 점점 더 어두워지는데

베틀은 無爲의 움직임으로

여인의 생애를 끌고 간다

베틀 앞에 앉아 있는 여인

불꺼진 부화장의 무정란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