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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16. 11. 16. 22:59

도둑

김보배

희붐한 새벽빛에 드러난 고추밭이 엉망이다. 고추줄기가 부러지고 잎들이 어지럽게 고랑에 쌓여있다. 어제까지만 해도 빨간 고추가 실하게 조롱조롱 달려 있었다. 올해들어 두 번째 수확하는 고추라 기대가 컸는데 헛일이 되어버렸다. 빨간 고추라곤 찾아보기 어려운 데다 멧돼지가 지나간 것처럼 줄기가 부러지고 쓰러져 있다. 이놈들이 익지도 않은 고추마저 따서 고랑 여기저기에 버려놓았다. 농로 쪽 밭 입구는 아홉 줄기가 한꺼번에 쓰러져있었다. 두 이랑이 나란히 쓰러진 걸 보면 수확한 고추 자루를 이곳에 모았다가 옮긴 게 분명했다. 오늘 수확하는 고추를 팔아서 아내에게 김치냉장고 마련해주려고 했다. 남들 다 있는 김치냉장고 하나 없다고 김장철만 되면 투덜대는 소리를 올해는 듣지 않나 했는데 도둑맞은 것이다. 고추가 익기까지 몇 번의 손길이 갔는지 헤아리기조차 어려운데 이 꼴이 되었으니 좀처럼 분이 삭여지지 않았다. 고추씨를 하우스에 파종해서 모종을 옮겨 심고 줄기가 쓰러지지 않게 지지대를 해주고, 농약을 치고 잔손질을 해줘야 비로소 튼실하게 자랄 수 있었다. 이월부터 칠월까지 자식처럼 길렀건만 밤새 감쪽같이 사라진 것이다. 밭고랑을 걸으면서 쓰러진 고추줄기를 세우다가 문득 어제 아침에 아내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콩밭매기는 다음날로 미루고 고추부터 수확하자고 아내가 말했다. 그러나 어제는 일찌감치 콩밭 매고 오후엔 읍내 가서 농약이랑 삽을 사야했다. 삽자루가 부러져서 가뭄에 논물이 빠지는데도 한 삽이면 끝날 일을 호미로 수로 막느라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읍내 가는 일을 하루만 미루었더라도 이런 일이 일어나진 않았을지 모른다. 아내 말을 듣지 않은 게 후회스러웠지만, 이미 저질러진 일이니 돌이킬 수 없는 일이다. 나는 부러진 줄기들을 세워 놓고 고랑에 버려진 익지 않은 고추며 이파리를 모아서 밭 가장자리에 쌓아놓은 거름무더기로 가져갔다. 이제 막 고추꽃이 하얗게 피어있는 가지가 사정없이 부러진걸 보니 억장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누가 이런 짓을 했는지 짐작 가는 이는 있었다. 지난주에 경호네 자두밭이 도둑맞았다는 소식은 들었지만,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날 줄은 생각 못한 일이었다.

“어이, 고추 많이 땄는가?”

경호가 길 가장자리에 스쿠터를 세우고 운전석에 앉은 채 큰소리로 불렀다.

“그놈들이 고추밭을 전쟁터로 만들었어!”

경호의 한 마디에 울분이 터진 나는 들고 있던 부러진 줄기를 바닥에 팽개치면서 소리쳤다. 속이 끓던 참에 애꿎은 경호에게 폭발해버린 것이다. 경호는 스쿠터를 길 가장자리에 세워놓고 밭으로 성큼성큼 걸어들어 왔다. 경호는 같은 마을에서 태어나고 자란 불알친구였다. 도시에서 직장생활 하다가 십여 년 전 귀농할 때 가장 반갑게 맞아 준 친구가 경호였다.

“어허, 뭔 일이야? 그놈들이 또 나타났구먼!”

여기저기 고추밭을 둘러보던 경호가 소리를 버럭 질렀다.

“내 이놈들을 그냥!”

경호의 말이 끝나기가 바쁘게 나는 입술을 앙다물며 말했다. 잃은 것으로 치면 경호네 피해가 더 컸다. 자두는 끝물이라 수확이 끝날 무렵이었지만 자두밭에 심어놓은 복숭아는 한창 수확할 시기였다. 복숭아는 몇 개만 담아도 한 상자가 채워지니 고추보다 금도 좋고 도둑맞은 액수도 컸다. 하지만 농작물이 자랄 때까지 공들인 걸로 치면 고추나 복숭아나 매한가지였다.

“신고는 했는가?”

경호는 내가 있는 곳까지 와서 걸음을 멈추고 걱정스러운 듯 인상을 구겼다.

“자네 신고한건 연락 온 거야?”

나는 신고한들 뾰족한 수가 있나 싶어 되물었다.

“연락 없지만 어쩌겠나. 할 수 있는 일이 신고밖에 없는걸.”

경호는 뒷짐진 채 한숨을 내쉬었다. 나는 땀 흘려 농사지어서 남 좋은 일 시킬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어떻게든 범인을 잡아야겠다고 결심했다.

“가세!”

걸음을 재촉하는 나의 머리 위로 칠월 무더위가 쏟아지고 있었다.

“어딜 간다는 건가?”

“어디긴 어디겠어. 지구대지!”

스쿠터 뒷자리에 올라탄 나는 경호가 타기를 기다렸다. 낡고 녹이 슨 검정색 스쿠터는 경호가 시동을 걸자 회색 매연을 뿜어내면서 농로를 달렸다. 마을에서 삼 킬로미터 떨어진 읍내지구대에 도착한 우리는 교대 중이라 어수선한 지구대 안을 둘러보다가 박경사가 앉아 있는 자리로 갔다.

“구학에서 왔습니다. 지난주에 신고한 자두 밭 사건 어떻게 되었어요?”

이마가 훌렁 벗겨진 박경사에게 나는 자두밭 사건의 진행 상황을 물었다. 박경사는 자두밭을 도둑맞았을 때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이었다. 그날도 오늘처럼 새벽에 발견되었는데 머리에 새집을 짓고 부스스한 얼굴로 나타난 박경사는 여기저기 굴러다니는 복숭아를 힘껏 오른발로 걷어찼다. 그리고는 나무에서 백도를 따더니 껍질을 까서 우걱우걱 씹어 먹었다. 백도가 반쯤 남았을 즈음 박경사는 과수원 가장자리에 울타리를 치는 게 어떠냐고 경호에게 제안했다. 그 말에 격분한 경호가 울타리보다 순찰을 자주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따졌다면서 도둑맞은 날 저녁 술자리에서 말했다.

“아하, 과수원 절도사건이 있었던 마을이구만.”

박경사는 회전의자에 등을 기대고 앉아서 좌우로 돌렸다.

“오늘 새벽에는 고추밭에 도둑이 들었습니다!”

나는 의자 등에 느긋하게 기대앉은 박경사의 거들먹거림에 눈살을 찌푸렸다.

“이런, 고추밭이 털렸어요? 지번 불러 보세요.”

박경사는 고추밭 사건을 일지에 기록하려는지 지번을 물었다.

도둑 들었다는 말에 지번 찾고 앉은 박경사의 행동이 나는 어이없었다. 빨리 현장에 출동해서 피해상황을 파악하고 조치를 취해야 당연한 일 아닌가.

“폐쇄회로를 설치하든 방범초소를 설치하든 대책을 세워 주세요!”

경호가 옆에서 책상을 두드리면서 소리쳤다. 지구대에 있던 경찰관 모두가 우리를 쳐다보았다. 박경사는 아랑곳하지 않고 하품을 크게 하면서 말했다.

“거참, 우리도 노력하고 있습니다.”

과수원 농사를 망쳤는데도 하품하며 거만 떠는 게 얄미웠는지 경호는 박경사에게 달려들어 멱살을 움켜쥐고 흔들었다.

“일주일 사이 도둑이 두 번 들었는데 앉아서 의자만 돌릴 거야? 소장나오라고 해!”

경호는 잡고 있던 멱살을 놓으며 박경사를 바닥에 확 밀쳤다. 어어 하면서 뒷걸음질 치다가 넘어진 박경사가 죽는소리를 해댔다.

“아이고, 나 죽네. 뭐하고 있어, 구급차 불러!”

바닥에 넘어진 채 머리를 감싸며 죽는소리 해대는 박경사에게 옆에 있던 이경장이 쪼르르 달려갔다.

“괜찮으세요? 다친 데 없으신 거죠?”

박경사의 몸 여기저기를 살피더니 오른쪽 어깨를 부축해서 의자에 앉혔다.

“업무 방해죄인 것 아시죠?”

이경장은 책상에 있던 일지를 탁 내려놓으면서 차갑게 쏘아붙였다. 경호는 박경사가 앓는 소리를 해대자 주춤거렸다.

“뼈빠지게 농사지으면 뭐 하는가 이 말이요!”

박경사의 앓는 소리에 신경이 곤두선 나는 경호가 주춤한 틈을 타서 몰아붙였다. 한 달 전, 읍내 연 다방 춘희와 노닥거리는 장면을 내게 들킨 박경사는 급하게 바지를 올리느라 앞으로 고꾸라지는 일이 있었다. 그것을 지켜보던 나는 지퍼를 올리다가 고꾸라진 박경사를 보고 터지는 웃음을 참느라 곤혹스러웠다. 마을에서 십여 분 거리에 있는 조그만 야산 아래 일궈놓은 콩밭에 약을 치러가는 길이었다. 야산엔 소나무를 기둥으로 칡덤불이 우거져서 만들어진 그늘 막 같은 것이 있었다. 거기에 돗자리를 깔고 박경사와 춘희가 그 짓을 하고 있는 걸 내게 딱 걸린 것이다. 야산이 가까워질수록 들려오는 신음소리에 처음엔 웬 짐승 소린가 했었다. 박경사의 바짓가랑이가 눈에 들어왔을 때, 그 아래 깔려있던 춘희의 오른쪽 발에 걸린 분홍색 슬리퍼가 벗겨졌다. 박경사가 춘희를 흔들어대는 바람에 춘희 발에 걸려있던 슬리퍼가 벗겨진 것이다. 슬리퍼를 찾으려고 춘희가 음음 거리면서 발로 주변을 더듬거릴 때 나는 헛기침을 해댔다. 놀란 박경사가 고개를 돌려 나를 보고는 급하게 바지를 추스르느라 앞으로 캑 고꾸라졌다. 갑자기 고꾸라진 박경사의 몸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춘희는 또 한 번 아악 소리를 질렀다. 통증을 호소하는 소리가 이전 신음의 절정인 것 같아서 나도 모르게 남근이 불끈 치솟았다. 고꾸라진 박경사가 어어 하면서 주춤거리는 동안에도 춘희의 신음은 잦아들지 않았다.

“아이, 오빠, 너무 세잖아.”

춘희는 박경사의 가슴을 떠밀어내며 콧소리를 냈다. 박경사가 으응 하면서 중심을 잃고 쓰러진 몸을 일으켰다. 춘희가 일어나자 스커트는 허벅지 위로 치솟아 있었다. 허벅지가 그대로 드러난 춘희는 내 눈치를 살피며 얼른 스커트를 내렸다. 다리를 모으고 머리를 추스르던 춘희가 연일 아잉 해대자 박경사는 겸연쩍은 듯 흠흠 거릴 뿐이었다. 나는 박경사와 눈이 마주치자 얼른 고개를 돌렸다. 대낮에 야산에서 그 짓 하다 들킨 두 사람이 머쓱해하는 것을 보고 총총히 콩밭으로 향했지만, 근무시간에 춘희와 놀아나는 박경사가 나는 여간 못마땅한 게 아니었다.

“폐쇄회로를 설치하면 우리야 좋지요. 범인 잡기도 쉽고. 그러나 예산이 부족한 걸 어쩌라는 겁니까?”

이경장이 답답하다는 듯 말했지만 내 귀엔 변명으로밖에 들리지 않았다. 잃어버린 고추만 생각하면 화병이 날 지경이었다. 고추가 익기까지 흘린 땀이 얼만데. 안될 말이다. 확실한 다짐을 받지 않고는 한 발짝도 물러설 수 없었다.

“예산 핑계로 언제까지 당해야 한다는 겁니까? 이렇다 할 대책 내놓기 전엔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을 것이오!”

경호가 속타는 내 심정을 읽기라도 한 듯이 삿대질을 해대며 얼음장을 놓고는 지구대 한쪽에 놓인 책상 의자에 앉아서 팔짱을 꼈다. 경호가 눈을 부라리며 버티기 작전으로 들어가자 그들도 당황한 듯 잠시 망설였다.

“돌아가 계시면 윗선에 보고해서 타협점을 찾아보겠습니다.”

이경장이 타이르듯 말했지만 경호가 자두밭을 도둑맞았을 때도 같은 말을 했다. 자두밭 사건이 일어나자 마을 이장이 농작물 훔치는 도둑이 마을에 나타났으니 조심하라는 안내방송을 했다. 방송을 듣고 경호 집에 들렀을 때는 지구대에 가려고 막 스쿠터에 시동을 거는 참이었다. 나는 얼른 뒷자리에 올라타고 경호를 따라나섰다.

“돌아가 있으면 뭐가 달라진다는 거요? 칠일 만에 두 집이 털렸구먼!”

경호는 팔짱낀 채 이경장을 째려보면서 몰아세웠다.

난처하다는 듯 이경장이 머리를 흔들고 있을 때, 의자에 앉아서 통증을 호소하던 박경사가 나섰다.

“우리도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오늘 서에 가서 담판 짓고 올 테니 가서 기다리세요.”

경호는 그들의 말에 꿈쩍도 하지 않고 버티고 있었다. 나 역시 경호 옆의 빈 의자에 가서 앉았다.

“마을 진입로 두 곳에 설치하면 웬만한 놈들은 다 잡힐 거요.”

경호가 말했다. 난처하다는 표정을 짓는 이경장은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구학에 농작물 절도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이경장이 전화를 걸어 말하자 수화기 저쪽에서 무슨 말을 했는지 네네 라고 연이어 대답했다. 이때, 지구대 문을 열고 들어선 사람은 춘희였다. 춘희는 경호와 나를 보는 순간 움찔하더니 고개를 휙 돌렸다. 껌을 짹짹 소리 내어 씹으면서 엉덩이를 흔들며 춘희는 박경사에게 쪼르르 달려갔다.

“오빠, 어젠 왜 안 왔어?”

코맹맹이 소리를 해대며 춘희는 박경사 코앞에다 얼굴을 들이밀었다. 박경사는 경호와 내 눈치를 살피면서 춘희를 슬쩍 떠미는 시늉을 했다. 그런다고 물러설 춘희가 아니었다. 읍내 철물점 백씨가 춘희에게 한 밑천 내줬다는 소문은 모르는 사람이 없을 만큼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읍내 주유소가 들어온 자리를 매각했던 백씨는 춘희와 노닥거리면서 절반을 날렸다는 소문이 자자했다. 오천이 넘는 돈을 어떻게 날렸는지는 두 사람만 아는 비밀이었다. 평소 노랭이로 소문난 백씨가 펑펑 썼을리는 없고 현금으로 춘희에게 줬을 거란 얘기가 지배적이었다.

“자자, 이만들 돌아가세요. 지금 서로 들어오라고 하니 가서 잘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박경사는 경찰차를 타고 서로 향했다. 그 뒤를 춘희가 오빠 하면서 뒤따랐지만, 차엔 오르지 못하고 지구대 앞에서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박경사님이 서로 들어갔으니 댁에 가셔서 기다려주세요.”

이경장의 말에 경호는 가슴에 끼고 있던 양팔을 내리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박경사 들어오면 연락주세요.”

이경장은 내 말에 네네 하면서 우리를 지구대 앞까지 배웅했다. 스쿠터에 올라탄 나는 경호의 허리를 꽉 잡았다. 여름 무더위가 더운 바람을 일으켰다. 들에는 벼가 푸른 잎을 흔들어대고 있었다.

“오늘 밤부터 당번 정해서 보초 서야겠어!”

경호의 목소리가 달리는 스쿠터의 소음에 바람을 맞고 흩어졌다. 흩어진 낱자를 모아서 나는 문장 만드느라 애를 먹었다. 제각각 흩어진 낱자가 문장이 된 것은 경호가 말한 후 백 미터쯤 달린 뒤였다. 바람과 스쿠터의 소음이 섞여 경호의 말은 잘 들리지 않았다.

“좋아, 오늘 밤은 내가 맡지!”

더운 바람이 얼굴을 후빌 듯 세차게 때렸다. 스쿠터는 탈탈거리며 이글거리는 무더위 속을 달렸다. 경호와 헤어지고 휴대전화를 켰더니 오후 두시였다. 집에 도착했을 때 아내는 없었다. 아내에게 도둑맞은 걸 알려주려고 전화하려다 그만두었다. 밤에 보초서려면 좀 자두어야 했기 때문이다. 이불을 펴고 자리에 눕자 오늘 있었던 일들이 한꺼번에 떠올랐다. 엉망이 된 고추밭이 떠오르자 나는 이불을 덮어쓰고 잊으려 애썼다. ‘이놈들 꼭 잡고 말테다.’혼자말로 중얼거리며 눈을 감았다. 눈을 감은 채 잠들려고 갖은 노력을 했지만 고추밭만 생각하면 속에 열이 차올라 잠들 수가 없었다. 오른쪽, 왼쪽으로 돌아눕기를 반복하다가 언제 잠들었는지 아내의 곡소리에 잠에서 깼다. 아내는 거실에서 통화를 하고 있었다. 새벽에 일어난 고추밭 사건을 누군가에게 이야기하면서 흐느끼고 있었다.

“무슨 일이야. 초상났어?”

아내는 안방에서 나온 나를 보더니 놀라는 눈치였다.

“방에 있었어요?”

아내는 급하게 통화종료 버튼을 눌렀다.

“아유, 빨갛게 여문 고추를 홀랑 도둑맞았으니 아까워서 어떻게 해요.”

까맣게 탄 아내의 얼굴에 주름이 늘어났다. 인상을 일그러뜨리니 없던 주름까지 생겨 얼굴은 더욱 볼품없었다.

“그 참, 인상 쓸 것 뭐 있어. 잡아서 돌려받으면 될 일을.”

큰소리는 쳤지만 잡힐지 막막했다. 도둑놈이 잡아가라고 나타날 리도 없고. 아내는 자식을 도둑맞은 것처럼 꺼이꺼이 울어댔다. 그럴 만도 한 것이 파종부터 수확까지 넘어질까 병들까 마음놓지 못 하고 길렀다. 아내의 울음소리는 나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 고추밭만 생각하면 화가 치솟는데 아내의 울음은 기름을 붓는 격이었다.

“그만하지 못해!”

참다못한 나는 아내에게 소리를 버럭 지르고 집을 뛰쳐나왔다. 밖은 이미 어두웠다. 낮에 뜨거웠던 태양이 사라지자 더위는 조금 가신 것 같았다. 나는 나온 김에 보초 설 각오로 마을 입구로 갔다. 마을을 들락거리는 차번호를 모두 적고 낯선 사람의 출입도 조사할 것이다. 마을 진입로에는 구학이라 새겨놓은 커다란 바위가 서 있었다. 나는 바위 뒤에 자리를 잡았다. 마을로 진입하는 차와 인기척을 가장 먼저 알 수 있는 곳이고 상대는 나를 볼 수 없는 곳이기도 했다. 바위 옆에 기대앉아서 밤하늘을 올려다보니 작은 별들이 촘촘히 박혀 있었다. 도시에서 살 때는 볼 수 없는 모습이었다. 귀농해서 얻은 것 중에 밤하늘의 별빛도 소중히 간직해야 할 재산이었다.

이놈들이 나타날까? 밤이 깊었지만, 마을로 들어오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모기가 목덜미를 물었는지 가려웠다. 오른손으로 벅벅 긁었더니 이내 퉁퉁 부어올랐다. 긴 옷을 입었기에 목덜미만 물렸지 짧은 옷을 입었으면 모기 밥이 될 뻔했다. 휴대전화기의 시계는 열한 시 이십오 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오후에 좀 잤는데도 하품이 나왔다. 캄캄한 어둠 속에서 황소개구리가 구욱구욱 울어댔다. 풀벌레도 쉬지 않고 찌르르 울어댔다. 황소개구리의 울음소리를 따라 고개를 돌리는데 멀리서 인기척이 들렸다. 나는 바위 뒤에 숨어서 그들이 다가오길 기다렸다.

“아이, 사장님.”

춘희가 철물점주인 백씨 팔짱을 끼고 나타났다. 아응 거리는 춘희의 애교에 백씨는 알았어, 알았어만 연발했다. 그러고 보니 춘희가 읍내다방에서 일한 지 일 년이 지났다. 한 달 전 박경사와 야산에서의 일을 목격했는데 백씨 마음을 훔친 것은 언제부터인지 모를 일이다. 어림잡아 주유소 부지를 매각한 넉 달 전일 것이다. 그때부터 둘이서 읍내를 돌아다니는 걸 봤다는 소문이 들렸다.

“혼자 갈 수 있겠어?”

백씨가 춘희에게 물었다. 다방 오빠야가 데리러 올 거야. 춘희는 백씨 목에 매달려서 긴 키스를 했다. 이때, 마티즈 한 대가 그들 앞에 멈춰 섰다. 춘희는 조수석에 냉큼 올라타서 백씨에게 손을 흔들었다. 백씨는 마티즈가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손을 흔들고는 마을로 들어갔다. 밤이 모든 것을 검게 칠해버린 마을은 띄엄띄엄 서 있는 가로등 불빛만이 주위를 비추고 있었다. 어디서 불어왔는지 시원한 바람이 싱그러운 풀 향기를 싣고 스쳐지나갔다. 백씨가 사라진 지 삼십 분이 채 지나지 않아서 춘희의 마티즈가 다시 마을에 나타났다. 춘희가 운전하는 마티즈는 마을로 들어오더니 과수원이 밀집해 있는 곳의 언덕을 넘어갔다. 나는 벌떼처럼 몰려드는 모기와 싸우며 아침을 맞았다. 밤새 잠을 설친 탓인지 눈꺼풀이 무거웠다. 영호와 나는 들일은 팽개치고 도둑 잡는 일에만 전념했다. 여드레 째 되는 날, 잠을 못잔 탓인지 피로가 온몸을 짓눌렀다. 도둑은 나타나지 않을지 모른다. 괜히 헛고생하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지구대에서도 도둑에 대한 말은 없었고 언제 나타날지 알 수도 없으니 내일 아침 영호에게 그만두자고 해야겠다고 작정했다. 도둑 잡으려다 올해 농사 망칠 수도 있는 일이다. 벼 자라는데 농약도 쳐야 하고 콩밭도 매야 하고 마늘 수확한 것도 창고에 달아야 했다. 할 일이 많은데 여기에만 매여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태풍이 오려는지 갑자기 불어대는 강한 바람에 이태리포플러 이파리가 마구 흔들렸다. 이파리는 유별나게 파라라락 거리며 요란한 소리를 냈다. 마을 입구에 서 있는 바위 뒤엔 조그만 개천이 있었는데 개천가엔 두 그루의 이태리포플러가 서 있었다. 편도 일 차선의 작은 국도와 연결된 마을 진입로의 왼쪽에 있는 개천은 마을까지 이어져 있었다. 과수농사를 많이 짓는 구학은 야트막한 야산이 마을 입구부터 오른쪽으로 펼쳐져 있었다. 복숭아와 자두농사를 짓는 농가는 삼십여 가구 중 절반이 넘었다. 과수원의 크기는 제각각이었지만 마을은 사방에 야산이 있어 과수농사 짓기에 적격이었다. 야산에 둘러싸인 마을 앞으로는 크고 작은 논들이 삐딱하게 줄 서 있었다.

구름에 가려진 희미한 달빛을 받으며 서 있는 이태리포플러를 살피고 있는데 마을로 들어서는 차 소리가 들렸다. 전조등에 비친 트럭 번호는 낯선 번호였다. 나는 얼른 수첩을 꺼내서 번호를 적고 어디로 향하는지 지켜보았다. 트럭은 백여 미터 달리다가 오른쪽으로 난 야산으로 접어드는 농로로 향했다. 그쪽은 과수원이 몰려있는 곳이었다. 나는 트럭이 간 길을 따라갔다. 빠르게 달리는 트럭이 산 고개를 넘어서자 보이지 않았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고개를 넘었더니 트럭이 미등을 켜고 서 있었다. 트럭이 서 있는 곳은 철물점 백씨 과수원이었다. 백씨는 철물점과 농사일을 같이 하고 있어서 과수원엔 자주 들여다보지 못했다. 약을 치거나 일이 있을 때만 가끔 들여다볼 뿐이었다. 백씨 과수원엔 값이 좋은 백도 복숭아가 많이 있는데 이놈들이 어찌 알고 왔을까. 나는 트럭이 있는 곳에서 십여 미터 떨어진 과수원 가장자리를 따라 들어갔다. 손전등 빛이 멀리서 비쳤다. 빠르게 움직이는 손전등 빛은 놈들의 빠른 손놀림을 직감할 수 있었다. 나는 경호에게 얼른 전화를 걸었다.

“백씨 복숭아밭으로 빨리 와!”

놈들이 들을까 목소리를 깔고 경호를 다그쳤다.

“알았어. 금방 갈 테니까 잘 지켜보고 있어.”

경호는 자다가 일어났는지 당황한 듯 말을 더듬거렸다. 나는 전화를 끊고 지구대에 알려야 하나 망설이다가 좀 더 지켜보기로 했다. 손전등 빛 수를 보아 놈들은 두 명이었다. 두 개의 손전등 빛이 움직이는 곳마다 복숭아를 따는 놈들의 손이 보였다. 나는 좀 더 그들 가까이 다가갔다.

“굵기가 특품인데.”

어둠 속에서 그들이 대화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일급정보야. 믿어도 돼.”

그들의 대화로 보아 누군가에게 백씨 과수원에 대한 정보를 입수하고 온 것 같았다. 이들에게 정보를 주는 놈이 누구인가 궁금했다. 나는 고추밭을 도둑맞았을 때를 생각하면 당장 덮치고 싶었지만 섣불리 움직였다간 놓칠 것 같아서 경호가 오기를 기다렸다.

“오빠야, 그만하고 가자.”

트럭에서 들리는 목소리는 귀에 익은 듯 했다. 그들은 복숭아 따는데 정신없는지 부르는 소리에 대꾸도 없었다. 잠시 후, 손전등 하나가 트럭으로 움직였다.

“얼마나 땄어?”

트럭에 타고 있는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서른 상자 될 것 같은데.”

손전등을 트럭 짐칸에 비추며 남자가 말했다.

“큰 오빠야 데리고 나와.”

그들의 대화는 속삭이듯 은밀하게 이루어졌지만 내가 있는 곳까지 가늘게나마 들렸다. 그들과의 거리는 복숭아나무 네 그루에 불과했다. 남자가 트럭에서 복숭아밭으로 다시 들어갔다. 그들은 손전등의 빠른 움직임과 함께 정신없이 복숭아를 따서 상자에 담았다.

“오빠야, 경찰차다!”

춘희였다. 다급하게 부르는 목소리는 분명 춘희의 목소리였다.

“빨리 나와. 잡힌다고!”

두 남자의 손전등 빛이 초점 없이 흔들렸다. 어디야 어디? 한 남자가 소리치면서 밭을 뛰쳐나갔다. 급하게 도망가느라 따다만 복숭아 상자는 팽개친 채였다. 경찰차는 벌써 야산 고개를 넘어오고 있었다. 오빠야 빨리! 춘희가 외쳤다. 두 남자가 급하게 트럭에 올라타고 시동을 걸었다. 그들이 막 출발하려할 때 경찰차는 이미 오십 여 미터 거리까지 가까워져 있었다. 자동차 한 대가 겨우 다닐 수 있는 좁은 농로를 트럭과 경찰차가 줄지어 달렸다. 경찰차는 경보음을 울리면서 그들을 쫓았다.

“일구이팔, 일구이팔 멈춰요!”

박경사가 차번호를 불렀지만 트럭은 그럴수록 더욱 속도를 내며 달아났다. 경호가 헐떡거리며 과수원에 도착했을 때는 경찰차가 모퉁이를 막 돌아서고 있었다.

“잡았어? 잡았냐고!”

농로에 서 있는 나에게 달려와서 경호가 물었다. 이놈들 꼭 잡아야 될 텐데라며 경호는 경찰차가 사라진 농로를 목을 빼고 보았다.

“자네가 신고한 거야?”

경찰차가 보이지 않자 나는 영호에게 물었다.

“암만, 신고했지. 전화 끊자마자 신고하고 달려오는 길이네.”

경호는 과수원을 둘러보다가 놈들이 버리고 간 상자를 들고 나왔다.

“어휴, 이놈들 좀 보소. 백씨 밭도 싹쓸이했구먼!”

농로에 들고 나온 상자를 발로 툭툭 차면서 경호가 말했다.

“백가 놈은 과수원에 도둑 든 거 알고나 있는가?”

“알 리 있나. 춘희 치맛폭에 싸여서 세월가는 줄 모르는 양반인데.”

경호는 혀를 끌끌 차며 상자에 담긴 복숭아를 정리했다. 종이에 싸인 복숭아를 벗겨보니 급하게 따느라 상처가 나서 과즙이 흐르는 것도 있었다.

“백가야, 과수원에 도둑 들었는데 잠이 오냐?”

백씨와 통화하는 경호의 목소리가 거칠었다. 백씨는 경호보다 두 살 어렸지만 친구처럼 지내는 사이였다. 경호는 일이 없으면 늘 철물점에 들러 백씨와 막걸리를 마시면서 시간을 보냈다. ‘국국 구구국’개천에서 황소개구리가 눈치 없이 울어댔다.

“에잇, 저놈에 개구리 새끼!”

경호는 애꿎은 개구리에게 화풀이를 해댔다. 경찰차가 사라진 농로는 좀 전의 사태가 언제 있었냐는 듯 개구리 울음소리만 한가로이 들렸다. 새벽공기가 제법 선선했다. 희뿌연 새벽빛을 받으며 산 고개를 뛰어오는 사람은 백씨였다.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은 무거운 배를 안고 뒤뚱거리며 뛰어오고 있었다.

“무슨 일이야. 도둑이라니?”

가쁜 숨을 몰아쉬며 백씨가 물었다.

“자네 과수원 털렸어!”

경호가 도둑이 두고 간 복숭아 상자를 발로 들이밀었다. 그때, 경찰차가 고개를 넘어오더니 그들에게로 왔다.

“다들 타세요. 지구대로 가주셔야겠습니다.”

박경사가 차창 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말했다. 경호가 “잡았어요?” 라고 묻자 박경사는 풀이 꺾인 목소리로 “가보시면 압니다.”라고 말했다. 매사에 뻔뻔한 박경사가 어울리지 않게 시무룩했다. 도둑을 잡았으면 큰소리치면서 생색내기 바쁠 사람이 기가 꺾여 있었다.

“이놈들 상판대기 한 번 보자. 내 복숭아 내놓지 않으면 각오해야 할 것이다!”

경호가 엄포를 놓으며 경찰차 조수석에 올라탔다. 나와 백씨도 뒷자리에 올라탔다. 밖은 어느새 날이 밝아왔다. 열린 차창에서 이슬 먹은 풀잎들의 싱싱한 풀 냄새가 진하게 풍겨왔다. 코끝으로 스치는 풀 냄새는 머리를 시원하게 해주었다. 하얗게 밝아오는 아침이 낯설게 느껴지는 건 누적된 피로 때문인 것 같았다. 경찰차가 지구대에 도착하기 바쁘게 경호는 차에서 내려 급하게 안으로 들어갔다. 내가 지구대 출입문을 열었을 때는 경호가 이미 그들 중 한 명의 멱살을 잡고 있었다.

“그만하시고 자리에 앉으세요!”

이경장이 경호를 말리면서 자리에 앉혔다.

“이놈들아, 내 복숭아 내놔!”

이경장이 경호를 진정시키고 자리에 앉히기 바쁘게 다시 일어서서 그들에게 달려들었다. 뒤이어 들어온 박경사가 이경장과 합세해서 의자에 앉혔다.

“수사에 협조해 주세요.”

박경사는 평소와 다르게 침울한 표정이었다. 지구대에는 삼십대로 보이는 건장한 사내 두 명과 춘희가 앉아있었다. 백씨는 지구대 구석의 나무의자에 앉아있는 춘희를 보고 여긴 웬일이냐고 다그쳤다.

“이쪽으로 와서 앉아!”

박경사가 춘희를 불렀다.

“오빠, 빨리해줘.”

껌을 질겅질겅 씹으며 춘희는 알아서 하라는 듯 머리를 빳빳이 들었다.

“오늘 새벽 공 네 시 백석대 씨 과수원에서 복숭아를 절도한 혐의를 인정합니까?”

춘희는 아니라고 잘라 말했다. 그들과 있었지만, 복숭아는 훔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야야, 훔치지 않았다면 왜 거기 있었냐? 저놈들과 어떤 관계야 앙!”

듣고 있던 경호가 춘희에게 삿대질을 하면서 따졌으나 춘희의 대답은 한결같았다.

“아이참, 아니라고 했잖아. 난 모르는 일이야.”

박경사의 엄포에도 춘희의 대답은 완강했다.

“내 복숭아도 네놈들이 한 수작이지?”

경호는 의자에 나란히 앉아있는 세 명의 머리를 쥐어박으며 말했다.

“경호아저씨, 내가 훔치는 것 봤어?”

춘희는 경호에게 삿대질을 하면서 대들었다. 박경사는 두 명의 남자에게도 복숭아 절도한 걸 인정하느냐고 물었다. 그들은 네라고 했지만 춘희가 가담한 것도 인정하느냐는 질문에는 묵비권이었다. 경호 복숭아와 내 고추 훔친 것도 이들의 소행이라는 자백을 받고 그들을 경찰서로 보냈다. 백씨는 경찰서로 향하는 춘희에게 달려가서 오른팔을 잡으며 아니지? 아닌 거지? 라며 몇 번이고 확인했다. 자신의 오른팔을 잡고 매달리는 백씨를 보는 춘희의 표정이 건조했다.

“사장님, 나 못 믿어?”

춘희는 백씨의 얼굴을 빤히 들여다보며 아니라고 잡아뗐다.

“이놈들이 잡혔으니 이제 다리 뻗고 자겠네!”

경호가 통쾌하다는 듯 경찰서로 향하는 놈들의 뒤통수에다대고 소리 질렀다. 박경사와 그들이 탄 경찰차가 멀어지자 우리는 마을로 향했다. 마을로 가는 버스는 아침저녁으로 두 대뿐이었는데 아침에 운행되는 버스가 출발한 지는 이미 한 시간이나 지났다. 저녁까지 기다리느니 우리는 걸어가기로 했다. 읍내를 벗어나자 양쪽으로 펼쳐진 들판에는 벼가 이삭을 피우고 있었다. 짙푸른 하늘엔 때 이른 고추잠자리들이 어지럽게 날아다녔다.

“춘희 야는 어찌 되는 겨?”

경호가 뒤처져오는 백씨를 힐끗거리며 물었다.

“마음 훔친 것도 죄야?”

나는 범행 장소에 있었던 춘희보다 백씨와 박경사, 셋 사이에 있었던 일이 궁금했다. 불룩한 배를 내밀고 뒤뚱거리며 걷는 백씨의 표정이 어두웠다. 길가에 피어있는 쑥부쟁이 꽃이 하늘거렸다. 자주색 꽃이 아침햇살을 받으며 느리게 흔들리고 있었다. 어지럽게 날아다니던 고추잠자리 한 마리가 쑥부쟁이 꽃잎 위에 내려앉았다. 저 멀리 고추밭이 보였다. 도둑맞은 고추밭엔 어느 틈에 고추가 빨갛게 익어가고 있었다.

김보배 / 2014년 『인간과 문학』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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