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 사교클럽
나푸름
여자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몸무게를 쟀다. 그 오랜 습관은 쉰이 다 돼가는 그녀가 젊을 때와 같은 체중을 유지할 수 있는 비법이기도 했다. 전날보다 무게가 많이 나간 날에는 출근 전 가볍게 동네를 돌거나 저녁을 조금 먹었다. 여자는 절제와 규칙적인 습관만이 자신을 병들거나 추하게 하지 않는다고 믿었다. 실제로 여자는 그 나이 또래의 친구들보다 젊어 보이는 얼굴과 몸을 가지고 있었으며 잔병으로 고생을 한 경험도 거의 없었다.
여자는 한 번의 이혼 경력이 있었는데 그때의 상황을 떠올리면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도 먹먹한 기분이 들었다. 그러나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고 여겼으므로 그 일이 자신에게 흠이 된다는 생각을 의식적으로 하지 않았다. 종종 그녀의 삶에 등장하는 무례한 사람들이 이혼사유를 물었을 때도, 여자는 그 일로 큰 상처를 받았기 때문에 아무에게도 이유를 말하지 않는다고 했다. 반면 그녀의 어머니는 딸의 이혼 소식을 듣고 아이를 낳지 않아서 그렇게 된 거라고 여겼다.
독신이 된 여자는 이후로 여러 남자들을 만나 데이트를 즐겼다. 몇 번은 진지한 관계로 발전한 적도 있었지만, 중년이 되고나니 그런 일도 차츰 줄어들었다. 그럴수록 여자는 스스로의 가치를 높이는 일에 좀 더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역사나 그림에 대해 공부하기도 했고 조금 순진하다 싶을 정도로 무지했던 사회 문제에도 관심을 보였다. 몇 년 전부터는 국제민간구호기구에 후원도 시작했다. 여자는 외모에도 신경을 쓰는 편이어서 이주에 한 번씩은 살롱에서 두피 관리를 받아 힘없이 쳐진 머리에 힘을 주었고 정기적으로 피부 관리실에 드나들었다. 그럼에도 자칫 외모에만 신경쓰는 사람처럼 보이지 않기 위해 많은 것들을 자제하는 편이었다. 여자는 그 나이 친구들이 흔히 저지르는 실수인 요란한 화장이나 과한 치장에 대해 좋지 않게 생각했다. 그런 식의 만들어진 화려함이 원래의 나이보다 더 들어보이게 하며, 보는 이로 하여금 안쓰러움을 느끼게 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매주 목요일마다 열리는 그 지역 사교클럽에 높은 출석률을 가지고 있었다. 그 목요일의 사교클럽은 다양한 직업군을 가진 중년들의 모임으로 여성회원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그들은 회사나 집안에서 멈춘 인간관계를 좀더 다양하게 확장시키고 싶어 했고 어떤 것에 대해서건 배우고 싶은 열의가 대단했다. 그에 따라 지난 삼개월은 지역 문인에게 시창작 수업을 받았으며, 이번 주부터는 와인 클래스를 열기로 했다.
사교클럽에는 그녀와 친하게 지내는 두 명의 여자가 있었다. 한 명은 사십대 초반의 오였고 나머지 한 명은 같은 또래의 교였다. 모임 주최자의 지인으로 알려진 오는 약간의 알코올중독 증세가 있었고 항상 모임이 파할 때까지 자리를 지키곤 했다. 여자는 처음 오를 봤을 때만 해도 오가 조용한 사람이라고 느꼈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오가 남편과 사이가 좋지 않다는 식의 말을 흘리며 주목을 받으려 한다는 것을 알고부터는 생각을 달리했다. 오의 남편은 일 년 전, 야간 다이빙을 하러 갔다가 시신으로 발견되었는데 그녀 앞으로 어마어마한 보상금을 남겼다는 소문이 돌고 있었다. 오는 이후로 성격이 조금 변해, 종종 자신보다 젊은 사람들에게 유명 클럽의 골프 회원권을 끊어줄 테니 같이 운동을 다니자고 하기도 했다.
교는 비교적 최근 모임에 가입한 회원으로 풍만한 몸을 이리저리 흔들며 여러 사람들의 대화에 참견을 하는 사람이었다. 여자는 처음 교를 봤을 때부터 그녀가 거북하여 가까이 다가가고 싶지 않았다. 그러다 같은 또래라는 게 밝혀지자 교 쪽에서 항상 여자에게 먼저 접근을 했고 얼마안가 친밀한 사이가 되었다. 교는 두 번의 이혼 경력이 있었고 그런 사실이 자신을 매력적으로 만든다고 생각했는지 자신은 세 번째 결혼도 가능하다고 말하고 다녔다. 사실 교의 외모로 봐서는 한 번도 어려워 보인다는 게 여자의 생각이었다. 셋은 모임 밖에서 따로 본 적이 한 번도 없었지만 모임 안에서만큼은 서로의 안부를 다정하게 물으며 이런 저런 개인사를 얘기했다.
장을 소개해 준 것은 오의 지인인 모임 주최자였다. 그녀는 장이 자신의 외삼촌이라고 했다.
아주 매너 있는 어른이세요. 선생님과 잘 어울리실 것 같아서요.
여자는 몇 번이나 거절의 말을 하다가 결국에는 못이기는 척 주최자의 호의를 받아들였다. 그녀는 속으로 다른 사람이 아닌 자신이 장을 소개 받을 수 있었던 것이 그 나이 또래의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편견이나 고정관념이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누군가에게 소개를 받아 남자를 만나는 것은 아주 오랜만이었다. 여자는 장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순간부터 자신의 마음이 조금씩 주책없이 흔들리는 것을 느꼈다. 며칠 뒤, 장 쪽에서 그녀에게 연락을 해왔다.
장은 그녀와 처음 만났을 때, 자신이 오랫동안 미국에 있었기 때문에 간혹 한국말이 잘못 나오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여자는 그것을 농담이라고 생각하며 작게 웃었다. 장은 퇴직과 함께 한국에서 임원 자리를 제의받아 귀국하게 됐다고 했다. 그의 말에는 자랑하는 낌새가 조금도 섞여있지 않았다. 그녀는 그것이 마음에 들었다. 장은 한국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도 집을 보러 다니는 중이라고 했다.
그러다 당신을 만났네요.
그녀는 장의 말이 조금 이상하다고 느꼈다. 그의 말은 여자와 집이 같은 선상에 놓여있는 것처럼 느끼게 했다. 그러나 여자는 별말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굳이 처음 보는 남자의 실수를 지적하고 싶지 않았다. 남자는 모임 주최자의 말처럼 매너 있고 다정했으며 호감을 주는 미소를 지을 줄 아는 사람이었다. 그날 장은 저녁 식사 이후 따로 일이 있다는 그녀의 말을 기억해 두었다가 늦지 않게 바래다주었다. 그녀는 그것이 자신이 만났던 다른 남자들과 장의 다른 점이라고 생각했고 그를 다시 만나고 싶었다. 그녀의 바람대로 장이 며칠 후 함께 집을 보러 가자고 하면서 그들의 데이트는 자연스럽게 진전됐다.
사교클럽에서 장의 존재가 드러나게 된 건 오의 입을 통해서였다. 그날 오는 하루종일 무언가에 불만이 있는 사람처럼 보였다. 여자는 그런 오의 상태를 눈치채고 일부러 거리를 두었다. 그럼에도 가끔 오와 눈이 마주쳤는데, 오는 그때마다 여자를 기묘한 눈으로 쳐다보았다. 여자는 더욱 불편해져 교가 늘어놓는 가십거리에 무척 관심이 있는 것처럼 굴었다. 그러자 오 쪽에서 그녀와 교 사이로 성큼성큼 다가와 불쑥 말을 꺼내는 것이었다.
제 친구 외숙모가 되실 지도 모른다면서요?
오의 말에 교는 하던 얘기도 잊은 사람처럼 눈을 반짝이며 여자를 쳐다봤다. 오가 손에 들린 와인을 단숨에 비웠다. 그녀는 강사가 시음용으로 마련해온 와인을 몇 잔째 마시고 있었다.
자기 누구 만나는 거야?
여자는 순간 오를 쏘아보았지만 금세 시선을 거둔 채 미소를 지었다.
그냥 만나는 정도야.
언니 나이에 그냥 어떻게 만나요.
그래, 우리 나이에 어떻게 그냥 만나.
여자는 그렇지 않다고 말하고 싶었다. 젊지 않기 때문에 더 자유로워질 수 있는 게 있다고. 하지만 주최자의 친구인 오에게는 그런 가벼워 보일 수 있는 이야기를 해선 안 됐다. 그런 말들이 오와 교의 입을 타면 어떤 말로 변질되는지, 여러 경우를 통해 간접 체험한 바가 있었다. 어쩌면 사람들이 자신을 교와 같은 급으로 볼 수도 있는 일이었다.
사회적 지위가 있는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모이는 지성인들의 모임. 주최자는 그 타이틀을 갖고 싶은 게 분명했다. 오의 죽은 남편만 하더라도 유명 대학의 교수였고 교는 믿을 수 없지만 한때 해외까지 진출할 뻔했던 오페라 소프라노였다. 여자 자신도 남동생이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무역회사에서 이사 직함을 가지고 있었다.
옆에서는 오와 교가 여자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여자는 자신이 알고 있는 장에 대해 조근조근 말하기 시작했다. 건물 안에 들어갈 때마다 문을 잡아주고 그녀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며 사소한 것에서도 칭찬을 아끼지 않는 남자라고. 최근에 그가 매입한 양평의 전원주택도 여자의 의견을 적극 반영한 것이라고 했다.
교는 마치 자신이 장과 그녀를 연결해주기라도 한 것처럼 여자에게 조언을 했다. 그럴수록 방심하면 안 된다고, 한국 남자들은 결혼 전까지는 얼마든지 착하게 굴 수 있는 인종이라는 것이다. 그러자 그녀는 장이 외국에서 아주 오랫동안 살다 온 남자라 거의 외국인과 다를 바가 없다고 했다. 여태 침묵을 지키고 있던 오가 진지한 태도로 말했다.
근데, 그런 남자라면 좀 더 젊은 여자를 만나지 않나요?
순간 여자는 할 말을 잃은 채 입을 다물었다. 웃음을 터트린건 교 쪽이었다.
자기도 참, 말이 너무 심하네!
여자는 교의 눈빛을 통해 자신들을 주목하고 있는 몇몇의 시선을 느꼈다. 마지못해 따라 웃으면서도, 여자는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안간 힘을 써야 했다. 힐끔거리며 여자의 반응을 보던 교는 오가 또 다른 와인을 가지러 간 사이에 여자의 귀에 대고 말했다.
신경 쓰지 마, 주최자가 자기가 아니라 당신을 소개해줘서 골내는 거야. 그것보다 장이라는 남자나 잘 잡아. 젊은 여자한테 뺏기기 전에.
교는 말끝에 높은 소리로 웃어댔다. 농담으로 한 이야기라기보다 진심이 담긴 말 같았다. 쉽게 결혼하고 이혼하는 교 같은 여자의 조언을 듣고 싶은 사람은 없었지만 그 말을 듣고 보니 여자는 장이 생각했던 것보다도 더 괜찮은 사람처럼 느껴졌다. 교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아무도 물어본 적 없는 자신의 과거사에 대해 얘기하기 시작했다.
나도 외국인을 만난 적이 있어. 이태리로 유학을 갔을 때 만난 아주 멋진 남자였지. 나보다 열 살이 많은 대학 조교수였는데 한참 중요한 시기에 날 쫓아다니느라 논문통과도 못하고 결국 학교에서도 쫓겨나고 말았어. 한 남자의 인생이 망가진 거지. 전적으로 내 탓이라고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었지만.
교는 제 이야기에 완전히 빠져있었다. 교 같은 여자가 한 사람의 인생을 망칠 정도로 치명적인 여자였다는건 동의하기 어려웠다. 여자는 잠깐 동안 연약하게 생긴 대학 조교수를 쫓아다니는, 지금과 그다지 다를 바 없을 젊은 교의 모습을 상상하다 웃어버렸다.
여자는 계속되는 교의 얘기를 흘려들으며 장에 대해 생각했다. 그의 집은 아직까지도 여자의 조언아래 이런저런 작은 공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그녀는 장의 다갈색 눈동자를 떠올리며 어쩌면 그의 한쪽 부모가 외국인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가 정식으로 여자를 초대한 날은 다음 주 금요일이었다. 그녀는 벌써부터 그의 새 집에서 무엇을 할지 궁리하기 시작했고 금세 즐거운 기분이 들었다.
일주일의 시간동안 여자는 군데군데 새치가 올라온 머리를 염색했고 복부 중심의 마사지를 받았다. 백화점에서 보정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속옷을 사기도 했다. 그녀는 그날 입고나갈 코트에 대해서 특히 오랫동안 고민했다. 초대를 위해 마련한 것 같은 느낌을 주지 않기 위해 이미 데이트에 입고 나갔던 외투 중 하나를 고르고 싶었는데, 그 사이에 날이 무척 추워져 다른 옷을 입고 나갈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옷장 안을 살펴보다 작년만 해도 자주 입고 나가던 두꺼운 모피코트를 발견했다. 재작년 겨울 휴가 때 시애틀에 있는 대형 쇼핑몰에서 산 구십오 퍼센트 밍크였다. 그녀는 코트를 결이 난 방향으로 쓸며 그 부드러운 감촉을 느꼈다. 정말이지 눈이 부실 정도로 흰 코트였다. 여자는 작년 겨울, 그 코트를 입고 사교 모임에 나간 때를 떠올렸다. 서울 시내에 있는 호텔 라운지에서 열린 그날의 모임은 새해를 앞두고 유독 많은 사람들이 참석했다. 그때 많은 여자들이 그녀의 밍크코트를 칭찬했다. 그렇게 결이 곱고 고급스러운 모피는 본 적이 없다고 한 사람도 있었다. 그녀는 코트가 집들이에 입고가기에는 화려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모피는 그녀가 옷장을 열 때마다 눈에 걸렸다. 그녀는 결국 밍크코트를 옷장에서 꺼내, 입고 있던 잠옷 위에 걸쳐보았다.
금요일이 되자 여자는 회사에서 오전 근무를 마친 후 집으로 돌아가 미리 준비했던 옷을 차려입었다. 그날은 생각했던 것보다 춥지 않아 모피를 입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었지만 그것 말고 다른 옷은 떠오르지 않았다. 대신 여자는 코트 안에 입었던 블레이저를 생략한 채 차로 이동했다. 그리고 곧 코트를 입고 나온 것을 후회했다. 코트는 입고 있을 때는 무척 더웠고 벗은 상태에서는 너무 추웠다. 결국 여자는 코트를 입은 채로 히터를 껐고 차가운 손을 입으로 불어가며 양평으로 향했다.
그녀는 장의 집에 도착하기 전, 저녁거리를 사갈 생각으로 근처에 있는 대형마트에 들렀다. 차에서 내리던 여자는 마트 안에 있는 음식에서 풍겨나온 온갖 냄새가 밍크코트에 밸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여자는 결국 코트를 벗은 채 마트 안으로 향했다. 냉장 코너를 지날 때마다 얇은 스웨터 사이로 추위가 밀려와 몸이 떨렸다. 스테이크용 고기와 신선한 채소들이 차곡차곡 카트에 실렸다. 여자는 마지막으로 소스용 와인을 한 병 실은 후 서둘러 장의 집으로 향했다. 그녀는 목적지에 거의 도착하고서야 자신이 장이 좋아하는 한식이 아닌 양식 재료만을 구입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입맛만은 완전한 한국인인 장은 미국에 가서도 음식 때문에 오랫동안 고생했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 되돌아가기엔 이미 늦은 시간이었다.
장의 집은 이전에 그녀가 보았을 때보다 근사한 모습을 갖추고 있었다. 그 이층짜리 양옥은 전부 새로운 색의 페인트가 입혀져 화사하고 고급스러운 느낌이 들었다. 장은 깔끔하게 머리를 넘긴 채 따뜻한 색의 스웨터를 입고 여자를 맞았다.
그날 여자는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장은 맨 먼저 그녀의 밍크코트를 칭찬했다. 그리고 여자가 코트를 벗기 전에 집 이곳저곳을 보여주며 자신이 그녀의 조언을 얼마나 진지하게 들었는지 알려주었다. 그녀는 자신의 손길이 그대로 미친 것 같은 집안의 긍정적인 변화에 기분이 무척 고무됐다. 여자는 스테이크용 고기를 얇게 저며 장이 사다놓은 간장으로 불고기 전골을 했고 장은 그녀의 요리를 아주 맛있게 먹었다. 그들은 소스용으로 사온 와인을 마시며 여러 이야기를 나눴다. 대부분의 일에 대해 둘은 같은 의견을 가지고 있었고, 가끔씩 다른 의견을 표할 때도 관용적인 태도로 서로의 입장을 존중했다. 장은 때때로 여자의 손을 쓰다듬고 어깨를 장난스럽게 잡는 것으로 자신의 애정을 드러냈으며, 여자는 장의 손을 맞잡거나 그의 무릎을 자신의 다리로 건드는 식의 행동으로 그에게 동조했다.
밤이 깊어가자 장은 여자를 위해 목욕물을 준비해주었다. 집은 얇은 스웨터를 입은 채로 돌아다니기에는 조금 추웠다. 오랫동안 사람이 살지 않은 집 특유의 냉기가 아직까지 집안 전체를 감돌았다. 장이 뒤늦게 옷장에서 외투를 꺼내주었지만 냉기는 이미 그녀의 몸에 달라붙어 밤이 깊도록 떨어지지 않았다. 그렇지만 여자는 따듯한 목욕물에 몸을 녹이며 그들의 저녁이 이전의 데이트보다 완벽했다고 생각했다.
여자는 물에 화장이 지워지지 않도록 조심하며 몸을 구석구석 깨끗하게 씻었다. 비누거품을 씻어낸 후에는 몸을 닦고 가방에서 준비해온 속옷을 꺼내 입었다. 가슴을 그러모아 브라 안에 채우고 아래로 쳐진 엉덩이를 보정 속옷으로 잡아 올리자 제법 몇 년 전으로 돌아간 것 같았다. 그녀는 그 위에 장이 준비해준 가운을 걸치며 다시 한 번 얼굴을 점검했다.
침실로 들어선 여자는 장이 침대 머리에 등을 기댄 채 책을 읽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여자가 옆으로 다가서자 장은 그녀의 모습을 훑어보고는 서둘러 책으로 시선을 돌렸다. 여자는 장이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자 침대 위로 올라가 그 옆으로 자리를 옮겼다.
당신도 이제 씻어요.
나는 다른 욕실에서 씻었어요.
장이 손가락으로 위층을 가리키며 말했다. 시선은 금세 책으로 돌아갔다. 그녀는 약간의 무안함을 느꼈는데, 다른 쪽으로 생각해본다면 장이 느낄 어색함을 이해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여자는 침대에서 벗어나 커피 테이블에 올려놓은 손가방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기다리고 있는 연락 같은 것은 없었으나 그녀는 그 잠깐의 시간이 무료했다. 예상했던 대로 남동생과 교에게서 온 메시지를 제외하고 다른 연락은 없었다. 교는 가끔씩 여러 가십거리가 굉장히 자세한 방식으로 서술된 사이트를 링크로 걸어 문자를 보내곤 했다. 여자는 그들의 메시지를 확인하지 않은 채 다시 침대로 갔다. 장은 그제야 책을 덮으며 여자에게 다시 한 번 그날 저녁에 대한 감사를 표했고, 그녀의 입술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그녀는 왠지 그의 태도가 아까와는 달리 조금 굳어있다고 느꼈다. 그의 손은 식사 때와 마찬가지로 그녀의 어깨나 손을 만지는 데에 주저함이 없었지만, 때때로 움직임을 완전히 멈췄다. 반쯤 벗은 상대가 민망해할 정도의 그런 행동은 분명 이런 상황을 어색해하는 것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그는 자주 눈을 모로 돌렸고 그럴수록 그녀는 좀 더 적극적으로 장에게 다가갔다. 장의 손길에 점점 달아오른 그녀가 천천히 가운의 앞섬을 벌렸다. 가슴 근처를 지분대던 장이 또다시 손을 멈춘 채 여자에게 말했다.
이제 불을 좀 꺼도 될까요.
여자는 그의 말이 조금 이상하게 느껴졌다. 장의 목소리에서 흥분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는 오히려 지나치게 정중했으며, 약간의 죄책감마저 가지고 있는 듯했다. 하지만 장은 여자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았고, 곧바로 방문 근처에 있는 스위치를 내렸다. 시야가 막막히 어두워졌다. 장이 그녀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어요. 그냥 불을 끈 것뿐이잖아요.
여자는 모임에 가기 전까지 비교적 오랜 시간을 미적댔다. 시간이 다가올수록 몸의 이곳저곳에서 미약한 통증이 느껴졌다. 주말부터 시작된 감기기운이 아직도 떨어지지 않은 채 목 언저리에서 맴돌고 있었다. 처음으로 모임에 나가고 싶지 않은 마음이 들었는데 그것도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다. 사람들은 미참석자에 대한 갖가지 소문과 흠을 손쉽게 만들어내곤 했다. 연령대가 있는 사람들의 모임이다 보니 아프다는 말이 나오면 건강하게 돌아온다고 하더라도 노인취급을 받기 일쑤였다. 그렇다고 집안 사정을 핑계대면 가정불화나 사업상의 문제가 꼬리표처럼 달라붙어 한동안 사람들 사이를 돌았다. 여자는 한 움큼의 약을 입안에 털어 넣고 모임장소로 걸음을 옮겼다.
저번 시간과 이어진 이번 주 강연 주제는 좋은 와인의 요소에 관한 것이었다. 이제 막 서른을 넘긴 것 같아 보이는 여성강사가 와인의 향미와 질감에 대해 설명하며 각 테이블마다 여러 품종의 와인을 나눠주었다. 오는 수업 시작 전부터 마시기 시작한 와인 때문에 붉어진 얼굴을 들고 강연 내용에 관계없이 참석한 회원들을 둘러보았다. 오 옆에 앉은 여자는 모임 직전에 먹은 약 때문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강사가 요즘 떠오르고 있다는 오스트리아 그뤼너 벨트리너 품종의 화이트와인을 개봉하며 말했다.
서양 의사들은 와인을 노인의 간호사라고도 말합니다. 노인들에게 가장 효과가 크기 때문이에요. 스트레스 해소에도 좋고 질병도 예방해주죠.
오가 여자의 귀에 대고 말했다.
우릴 늙은이 취급 하고 있는 거 같지 않아요? 어떻게 나까지 그렇게 싸잡아서…….
오는 순간 자신이 뱉은 말이 너무 솔직하진 않았는지 곱씹으며 여자를 바라보았다. 여자는 졸음이 완전히 가시지 않은 눈으로 오를 쳐다봤다. 오가 한심한 표정으로 여자를 바라보더니 나지막하게 말했다.
그렇게 노인네처럼 졸지 말라니깐.
여자는 순간 오의 말에 정신이 들었다. 오는 마치 자신이 아무 말도 하지 않은 것처럼 다른 쪽을 보고 있었다. 주변을 바라보니 강연자가 자신을 바라보았던 것 같아, 여자의 얼굴이 술을 마신 사람의 것처럼 붉어졌다. 오가 여자를 바라보곤 의미심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언니가 요즘에 많이 피곤하신 것 같네요.
맞은편에 앉아있던 교가 흥미로운 표정으로 여자에게 말을 걸었다.
왜, 장이 못살게 굴어?
나이도 있으신데 쉬엄쉬엄 하셔야죠.
여자는 감기약 때문이라고 말하면서도 속으로는 장과 자신이 보낸 하룻밤에 대해 떠올렸다. 얼굴이 조금 전보다 붉어졌고, 여자의 변화를 포착한 오와 교는 더욱 호들갑을 떨었다. 오는 여자를 주책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여자가 느낀 감정은 조금 다른 종류의 부끄러움이었다. 그녀는 그날 장과 나누었던 대화나 먹은 음식의 맛보다도, 불이 꺼진 이후의 일들에 대해서 제대로 떠올릴 수 없었다. 그 시간은 식사 때 나눴던 대화만큼의 온도도 가지지 못했고 맛이 아닌 질감만 가진 무미의 음식에 가까웠다. 그러나 그전까지 장과 나눈 모든 얘기들, 그의 배려 같은 것들은 분명 만족스러운 형태로 그녀 내부에 자리 잡고 있었다. 여자는 어쩌면 장이 너무 불을 일찍 끈 것이 문제의 원인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강연이 끝나자 사람들은 테이블마다 작은 그룹을 만들어 본격적인 와인 품평 시간을 가졌는데 실제로는 술을 마시며 잡담을 하는 것에 가까웠다. 그런 점에 있어서 이번 프로그램은 다른 때보다 반응이 좋았다. 오는 평소처럼 다른 곳을 기웃거리지 않고 한동안 여자 옆에 머무르며 노골적으로 장과 여자의 진도에 대해 캐내려고 했다. 교는 요즘 유행한다는 맞춤형 질 성형에 대해 얘기했는데 그들이 여성 잡지마다 뿌려대는 문구와 광고지 전면에 나온 그림들의 노골성에 관해 혹평했다. “글쎄 하나같이 만개한 꽃을 그려 넣은 거야!” 옆에서 가만히 듣고 있던 다른 부인은 중년이 된 남편들이 관계 회복을 빌미로 아내들에게 처녀막 수술을 강요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하며 이제는 얼굴이나 몸뿐만이 아니라, 거기까지 젊어져야 한다는 우스갯소리를 했다. 사람들은 모두 웃어버리며 이야기를 마무리지었지만 여자는 그런 모든 것들이 조금도 우습지 않았다.
여자의 시선은 자꾸만 젊은 강사에게 갔다. 강사는 테이블을 돌며 회원들이 마시고 있는 와인에 대해 이런 저런 평가를 내리고 있었다. 부인을 따라 들어온 유부남 회원이건 바람기 많은 독신 남성회원이건 모두들 전에 없이 빛나는 눈을 하고 어떻게든 강사와 말을 섞기 위해 안달했다. 여자는 강사의 외모가 자신의 젊은 시절보다 못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녀가 받는 모든 관심과 애정이 부당하다고 느꼈다.
오가 여자의 어깨를 잡은 건 그 때였다. 한가득 열기를 담은 손이 그녀의 어깨를 지그시 누르고 있었다. 여자는 그것이 자신의 기분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높은 온도라고 느꼈다.
엄마, 어디를 보고 있는 거예요?
순간 여자는 고개를 돌려 오를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오는 누가 보더라도 취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엄마라고?
어머, 난 그런 말 한 적 없어요.
왜 나한테 그런 말을 하는 거야?
내가 정말로 그랬어요?
오가 높은 소리로 웃으며 여자에게 미안하다고 했다. 여자는 그런 오의 웃음이 자신의 굳은 얼굴 표정마저 비웃는다는 느낌을 받았지만 더는 말을 이을 수 없었다. 주변 사람들은 어느새 자신과 오를 바라보고 있었다. 엄마라니, 난 한 번도 엄마인 적이 없는 여자라고. 여자는 분노로 얼굴이 터질 듯이 달아오르는 게 느껴졌다. 오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자신이 병째 가져온 와인을 다른 이들에게 따라주고 있었다. 그녀는 화를 가라앉히기 위해 노력하며 술이 올라오는 얼굴과 옷매무세를 점검하러 연회장 한쪽 벽면에 붙어있는 전신거울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생각보다 많은 여자들이 비춰졌다. 그리고 그들은 모두 약점을 감춰주는 옷들로 몸을 싸매고 있었다. 가슴이 쳐지고 살이 파이고 늘어나, 함께 늙어가는 남편도 결정적인 순간에는 외면해버릴 그런 몸들. 그 안에는 유독 피곤해 보이는 여자가 있었다. 여자는 그것이 자신 같기도 했고 한 번도 마주친 적 없는 타인 같기도 했다. 왼쪽 팔을 들어 올렸을 때, 그녀는 거울 속의 여자가 오른 팔을 올리는 것을 보고 움직이는 것을 주저했다. 순간 자신이 겪은 그 모든 세월이 기억나지 않는 사람처럼 가슴이 답답했다.
그녀는 이제 고개를 돌려 자신 앞에 있는 이들을 똑바로 보았다. 익숙한 이들의 모습이 생경했다. 그들은 무료한 듯 웃음을 짓거나 권태로운 표정으로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었다. 여자는 꽉 조인 벨트 아래로 자신의 배를 느꼈다. 그녀의 배는 다른 또래들에 비해 크게 쳐짐이 없었다. 여자는 제 옆에 서 있는 교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두 명의 남편을 두었던 교는 세 번의 출산을 통해 아랫배가 사타구니까지 쳐졌다고 했다. 뭐든 과장을 하는 교였기 때문에 전부 믿을 수는 없는 일이었지만, 그녀는 그것을 두고 오와 함께 험담을 한 적이 있었다.
그녀는 살면서 한 번도 아이를 낳아본 적이 없었다. 아주 오래전에 딱 한 번, 가져본 적이 있을 뿐이다. 그때 그녀는 배가 나오는 것이 부담스러웠다. 그렇게 반짝이던 친구들도 출산 이후에는 종종 이전 모습을 회복하지 못한 채 그대로 주저앉는 경우가 많았다. 게다가 아이가 있는 집에서 끊임없이 말썽이 일어난다는 건 주변과 자신의 친정을 통해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그녀는 남편에게 말하지 않고 병원을 갔고 얼마 안가 들키고 말았다. 남편은 어린 아내를 용서했다. 그리고 아주 빠르게, 저 혼자 늙어갔다. 여자는 그제야 자신이 얼마나 나이차이가 많이 나는 남편과 결혼을 했는지 깨달았다. 그녀는 남편이 자신을 철저히 속였다고 생각했다.
눈을 감았다 뜨는 것처럼 전등이 깜박였다. 그녀가 그것을 맨 먼저 발견했다. 연회장의 출구부터 그녀가 있는 곳까지, 모든 불이 꺼지기까지는 아주 잠깐이었다. 정전이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소음으로 충만했던 곳이 갑작스러운 고요로 가득 찼다. 여자는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당황했으나 조금은 달랐다. 혼란스러운 마음과 달리 머리는 차갑게 가라앉았고 사방이 막힌 듯이 답답했다. 침대 위에서 몇 번이고 고개를 모로 돌리던 장의 모습이 반복적으로 떠올랐다. 그녀는 장이 불을 끄지 말았어야 했다고 생각했다. 장은 그녀의 몸을 보고 싶어 하지 않았다.
잠깐의 정적은 끝이 났다. 이곳저곳에서 핸드폰 불빛이 켜지기 시작했다. 어둠속에서 지나치게 반짝이는 빛들이 탁자 밑과 서로의 얼굴을 두서없이 비췄다. 여자는 엄마를 잃어버린 아이처럼, 절박한 표정으로 누군가를 찾았다. 누군가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줄만한 사람이 필요했다. 그녀의 눈에 교가 들어왔다. 여태껏 신경도 쓰지 않았던 교의 모습은 불빛 아래서 새롭게 보였다. 여자는 그 과한 화장 속에서 교의 젊은 시절 모습을 찾아내곤 깜짝 놀랐다. 세월과 살에 눌린 지금의 교는 아무 곳에서나 볼 수 있는 늙은 아줌마에 가까웠다. 하지만 그 두 가지를 걷어내고 보았을 때, 여자는 교의 빛나는 눈과 높은 코, 고른 치아와 적당한 크기의 입술을 발견할 수 있었다. 여자는 교가 젊은 시절 얼마나 아름다웠을지, 마치 사진을 보는 것처럼 똑똑히 알아볼 수 있었다. 젊은 교의 아름다움은 여자가 젊었을 때 가졌던 아름다움보다도 더 생기 있고 반짝였을 것이었다. 그러자 여자는 교가 말했던 연애담이―대부분의 회원들이 비웃으며 흘려들었던― 모두 사실이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교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가. 왜 교는 이토록 망가져버린 걸까. 여자는 결국 고개를 돌리고 말았다. 답은 하나였다. 교는 그저 나이를 먹은 것뿐이었다.
사람들은 갑작스러운 정전에 대해 불만을 터트렸다. 몇 모금 마시지 않은 술이 약기운과 합쳐져 그녀의 머릿속을 어지럽혔다. 여자는 스스로의 의지와 상관없이 장과의 미래를 상상했다. 그녀는 밤이 올 때마다 불을 끄고, 어둠속에서 자신을 만지는 장을 떠올렸다. 그녀의 주름 잡힌 얼굴을 만지는 장의 손이 가끔씩 저도 모르게 흠칫거리는 장면도 생생하게 그려졌다. 그러다 어둠도 가려낼 수 있을 정도로 늙어버리면, 아마 장은 더 이상 여자를 안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여전히 가장 친한 친구로, 인생의 동료로 그녀의 곁에 있을지 모른다. 그렇지만 그런 게 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여자는 그런 미래는 상상하고 싶지 않았다. 그녀의 몸무게는 그때가 되더라도 지금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작은 사이즈의 옷을 입으며 안심할 것이다. 그렇지만 그녀는 이미 그런 모든 숫자들이 의미가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어쩌면 그녀는 그때 아이를 낳지 않는다면 계속해서 여자로 남을 수 있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이혼에 대한 상처 때문에 아무에게도 이혼사유를 얘기하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사실 그녀는 그때 당시를 생각할 때마다 아주 큰 부끄러움을 느꼈다.
누군가가 정전이 곧 해결될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아무도 제자리에서 움직이지 않길 바란다고도 그랬다. 또 다른 누군가가 정전의 원인에 대해서, 그리고 그것이 정확히 언제 끝이 나는지 물었지만 아무도 대답해주지 않았다. 그녀는 다른 이들이 쏟아내는 악의에 찬 불만들을 제대로 구분하여 들을 수 없었다. 그러나 여자는 무슨 말이든 해야 한다고 느꼈다. 장이 그녀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 혹은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던 이혼사유에 대해서. 그것도 아니면 그녀가 자신과 열 살이 차이나는 남편의 굽어가는 등을 바라보며 어떤 식으로 자신의 미래를 가늠했는지. 하지만 여자는 그 시작을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모든 것들은 어떤 연관관계가 있는 것 같아보였지만 여자는 그것을 어떻게 정리해야할지 몰랐다. 그녀는 오래 전부터 자신의 얼굴이, 몸이 결국에는 주름질 것이라는 사실을 무서워했다. 그것은 어떤 수를 써서도 막을 수 없는 일이었지만 그녀는 평생을 걸쳐 그 모든 것들에게서 멀어지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여자는 실패했고 이제 자신이 전혀 자랑스럽지 않았다. 여자는 결국 자신이 온 생을 걸쳐 아무것도 극복하지 못했다는 것을 알았다.
나푸름 / 1989년 서울에서 태어났으며 2014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단편소설 <로드킬>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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