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세상과 세상 사이의 꿈

모두 평화롭게! 기쁘게!

칼과 집 1993

칼과 집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14. 9. 7. 16:24

칼과 집 / 나호열

 

 

어머니는 가슴을 앓으셨다

말씀 대신 가슴에서 못을 뽑아

방랑을 꿈꾸는 나의 옷자락에

다칠세라 여리게 여리게 박아 주셨다

(멀리는 가지 말아라)

말뚝이 되어 늘 그자리에서

오오래 서 있던 어머니,

 

 

 

 

나는 이제 바람이 되었다

함부로 촛불도 꺼뜨리고

쉽게 마음을 조각내는

아무도 손 내밀지 않는

칼이 되었다

집으로 돌아가기에는

너무나 멀리 와서

길 잃은 바람이 되었다

어머니,

'칼과 집 1993'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밤에 들다   (0) 2014.09.13
존재와의 화해   (0) 2014.09.10
바람이 분다   (0) 2014.09.05
눈 · 2  (0) 2014.09.01
廣場광장  (0) 2014.08.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