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분다 / 나호열
바람이 분다 금지곡같이
이리저리 몸팔러 다니는 들병이
살 부벼 뜨거운 꽃 벙글게 하려고
휘이돌아 돗자리를 펼쳐 든다
때로는 못 이기는 척 넌즈시 받아들여도 좋으련만
바늘 틈새 꼭꼭 품어 청상을 숨기듯
이름은 있으되 몸은 없고
바래져 가는 남루에 묻은 땀 냄새
들보 같은 그믐달 하냥 끌면서
집이 없어 헤매이는
숯검덩이 살들아
바람이 분다
누가 불러 다오 불붙은 화냥기 다스려
감옥이든 지옥이든
그저 잠들게만 하여 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