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세상과 세상 사이의 꿈

모두 평화롭게! 기쁘게!

칼과 집 1993

바람이 분다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14. 9. 5. 00:06

바람이 분다 / 나호열

 

 

 

바람이 분다 금지곡같이

이리저리 몸팔러 다니는 들병이

살 부벼 뜨거운 꽃 벙글게 하려고

휘이돌아 돗자리를 펼쳐 든다

때로는 못 이기는 척 넌즈시 받아들여도 좋으련만

바늘 틈새 꼭꼭 품어 청상을 숨기듯

이름은 있으되 몸은 없고

바래져 가는 남루에 묻은 땀 냄새

들보 같은 그믐달 하냥 끌면서

집이 없어 헤매이는

숯검덩이 살들아

바람이 분다

누가 불러 다오 불붙은 화냥기 다스려

감옥이든 지옥이든

그저 잠들게만 하여 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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