同行 / 나호열
아직 이땅에는 옷 만드는 사람과
재봉틀이 살아 있다
아직 이 땅에는 넉넉하게 고를 수 있는
많은 옷들이 쌓여 있다
벗고, 입고
감추어지는 옷과 드러내야 하는 옷이 있다
날마다 입혀지는 옷과
스스로 가끔씩 입는 옷이 있다
별이 되는가 하면
지는 꽃과 같은 옷이 있다
선택의 자유 때문에 구속이 되는
선택의 박탈 때문에 평등이 되는
사람은 누구나 옷이,
때가 묻어도 버려지지 않는
거울 속의 사람이 되고 싶어한다
지금은 기성복의 시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