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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령車嶺의 끝에서 번지는 시의 향기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14. 8. 27. 23:40

차령車嶺의 끝에서 번지는 시의 향기

-- 보령ㆍ서천의 몇몇 출향 시인을 찾아서

구재기(시인)

서천舒川, 보령保寧하면 먼저 차령車嶺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강원도 오대산五臺山(1,563m)으로부터 시작된 차령의 맥脈이 보령을 거쳐 서천에서 끝을 맺기까지 오른쪽에 출렁이는 서해바다를 펼쳐놓고 수많은 시인 묵객들은 산천을 혈맥에 묻고 노래해 왔다.

 

차령은 오대산으로부터 강원도와 충청북도가 경계를 이루는 지점까지에는 계방산桂芳山(1,577m)ㆍ회령봉會靈峰(1,309m)ㆍ흥정산興亭山(1,277m)ㆍ태기산泰岐山(1,261m)ㆍ치악산雉岳山(1,288m) 등의 높은 봉우리들로 이어오다가, 충주 부근에서 남한강의 횡단으로 분리된다. 여기에서 서남부는 점차 고도가 낮아져 구릉성 산지를 이루고, 경기도와 충청북도의 경계 부분에서 오갑산梧甲山(609m)ㆍ국망산國望山(770m)ㆍ덕성산德城山(521m)ㆍ서운산瑞雲山(547m) 등이 그 위세를 자랑한다. 충청남도에 이르러서는 남동부와 북서부로 자연 경계를 지으면서 광덕산廣德山(699m)ㆍ칠갑산七甲山(561m)ㆍ무성산武城山(614m)ㆍ금계산金鷄山(575m)을 거쳐 내리다가, 문득 여기에서 거슬러 남북으로 뻗어 예당평야와 태안반도를 구분하면서 가야伽倻를 만들어 놓는다. 다시 성주산聖住山(680m) 등으로 이어지다가 봉림산鳳林山(346m)을 거쳐 남쪽을 향하여 금강의 하구를 바라보고 있는 서천의 천방산千房山(324m)에서 장장 250km의 대장정으로 그 꼬리를 내린다.

 

이러한 차령의 꼬리를 터전으로 하여 많은 시인들은 태어나고 자라왔으며, 이를 ‘시의 터전으로 가꾸면서 노래해 왔다. 그러나 그 시인들은 이미 다른 세상으로 떠나거나 다른 곳에 발길을 멈추고 시작품으로써 태어나고 자란 터전을 노래한다. 몇몇 출향 시인들의 작품을 통하여 보령ㆍ서천의 터전을 살펴보기로 한다.

 

서천 출신의 시인 나호열은 왜 ‘견인이동통지서’를 보고 ‘그리운 집’을 떠올린 것일까? ‘집’은 태어난 근본의 자리요, 그래서 초라하면 초라한 대로, 구중궁궐같이 크면 클 대로 누가나 기다리는바 소망과 믿음의 근원지가 된다. 그리고 그 근본으로부터 때로는 멀리 떠나고 싶어하고, 때로는 멀리 떠나 다시 그리워하기도 한다. ‘오십년째’ 아직 떠나지 못하고 기다리고 있거니와 그 또 얼마나 먼 시간을 기다리게 될까?

 

 

나는

나의 옛집이다

 

 

이른

봄나무

얼굴에

꽃 피지 않고

잎 올리지 않고

펄럭이는 그것

 

 

견인이동통지서

 

나를 끌고 가겠다는 그를

기다리고 있다

 

 

오십년 째

 

                                     ― 나호열의 <그리운 집> 전문

 

 

- 2013년 봄호 [시와산문]에 게제된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