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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회 이상문학상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14. 1. 13. 14:19

 

이상문학상, 편혜영 '몬순'..결코 놓지 않은 존재론적 불안

뉴시스 | 박영주 | 입력 2014.01.13 14:03

 

【서울=뉴시스】박영주 기자 = 편혜영(42)의 '몬순'(한국문학 겨울호)이 제38회 이상문학상 대상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편씨는 "'이상'이라는 이름이 들어간 상을 받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왔다. 좀 더 늦을 줄 알았는데 일본 여행지에서 수상 소식을 들어 뜻밖이었다. 이 상을 받으면 기쁘게 경거하고 신 나게 망동하리라 생각한 것과 달리 부끄러워 차분해졌다. 또 여행의 피로감이 긴장감으로 바뀌게 됐다"며 벅차했다.

"소설을 쓸 때 내가 한 일을 생각해보면 가만히 앉아서 지나가는 사람을 바라보고, 그 사람들에 대한 생각을 나름의 방식으로 풀었다. 하지만 내가 쓰는 소설이라는 게 오해하는 것을 그대로 적는 과정이라고 생각할 때가 있다. 이번 상은 그런 오해를 적극적으로 이해해주고 계속 더 오해해줘도 좋다고 격려해주는 것 같아 마음이 놓인다. 시간이 지나면 처음의 생각대로 기쁘고 신 나게 즐거워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마음이다.

편씨는 서울예대 문창과와 한양대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2000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로 등단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아오이가든' '사육장 쪽으로' '저녁의 구애' '밤이 지나간다', 장편소설 '재와 빨강' '서쪽 숲에 갔다'를 펴냈다. 한국일보문학상, 이효석문학상, 오늘의젊은예술가상, 동인문학상 등을 받았다.

등단 이후 10여년 동안 특유의 건조하고 치밀한 문장과 밀도 높은 서사를 기반으로 21세기 한국소설의 새로운 미학을 확립했다는 평을 들었다.

'몬순'은 작가가 장편소설 집필을 마치고 바로 들어간 '바람'에 대한 이야기다. 풍향이라는 게 방향이 바뀌기 전까지는 정확히 예측하기 어려운데, 주변의 일들이 불확실성 속에서 일어나는 것과 닮았다고 생각했다. 소설에는 사고로 아이를 잃어버린 젊은 부부를 등장시켰다. 남편은 직장을 그만두고 일용직에 몸담으면서도 아내에게 직장을 바꿨다는 말을 하지 못하는 등 불안한 상황을 담아냈다.

이상문학상 심사위원회는 "편혜영의 '몬순'은 개인의 삶에 내밀하게 자리 잡고 있는 비밀의 문제를 인간 존재 자체를 위협하고 있는 불안의 상황과 절묘하게 접합시켜 놓고 있다.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정전'을 소설적 상황으로 설정해 놓으면서 극적 긴장을 끝까지 유지하기 위해 이야기 속에서 불필요한 묘사를 극단적으로 절제했다"고 평가했다.

또 "독자들을 까닭 모를 불안감 속으로 몰아넣고 있는 이 소설에서 작가는 비밀이라는 것이 속으로 유지되는 순간에만 긴장을 수반한다는 평범한 원리를 강조하면서도 인간의 삶 자체가 겪지 않을 수 없는 존재론적 불안을 의심의 상황 속에서 놓지 않고 있다. 이러한 소설적 특징은 삶에 대한 신뢰의 문제를 새롭게 해석하고자 하는 작가 자신의 태도를 암시해주는 동시에 자신이 즐겨 다뤄온 주제와 기법의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를 인정할 만하다"고 읽었다.

2014년 이상문학상은 지난해 1~12월 주요 문예지에 발표된 중·단편 소설을 대상으로 예비 심사 과정을 거쳐 본심에 올릴 15편을 선정했다. 모두 2000년대 이후 등단한 작가들의 작품이다. 본심 심사위원으로 김윤식(문학평론가), 서영은(소설가), 권영민(문학평론가), 윤대녕(소설가), 신경숙(소설가)씨가 참여했다.

우수작으로는 ▲김숨 '법(法) 앞에서' ▲손홍규 '기억을 잃어버린 자들의 도시' ▲안보윤 '나선의 방향' ▲윤고은 '프레디의 사생아' ▲윤이형 '쿤의 여행' ▲이장욱 '기린이 아닌 모든 것들에 대한 이야기' ▲조해진 '빛의 호위' ▲천명관 '파충류의 밤' 등 8편이 뽑혔다.

시상식은 11월 초에 열리며 대상 상금은 3500만원, 우수작 상금은 300만원이다. 수상작품집은 20일께 발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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