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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학의 미래가 여기에 있다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14. 1. 29. 23:58

 

한국문학의 미래가 여기에 있다

한겨레21 | 입력 2014.01.29 14:50

[한겨레21][출판] 김승옥·황석영·박완서부터 신경숙·김연수·김훈까지
지난 20년 동안 한국문학의 성취 엮은 문학동네 한국문학전집


그런 시절이 있었다. < 한국일보 > 에 연재된 황석영의 < 장길산 > 을 읽으며 미친 유신시대를 끝장 낼 희망을 보았고, 조세희의 <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 을 읽으며 가난한 이들의 한숨에 뒤척였다. 현기영의 < 순이 삼촌 > 을 읽으며 1948년 4월 국가가 제주도에서 저지른 학살에 치를 떨었고, 조정래의 < 태백산맥 > 을 읽으며 한국 현대사를 다시 배웠다. 긴조의 시대, 독재의 나날, 문학은 죽창이자 눈물이었고, 고발이자 역사였다.

문학사에서 제 방 하나 너끈히 가질

그리하여 묻는다. 불의한 권력이 우리들의 말길을 틀어막은 오늘, 문학은 무엇을 할 것인가? 무엇을 하고 있는가? 문학동네가 펴낸 한국문학전집(1차분 20권)은 그것에 대한 하나의 응답처럼 보인다.

"문학의 위기, 문학의 죽음은 언제나 현재진행형이다. 그래서 문학의 황금기는 언제나 과거에 존재한다. 시간의 주름을 펼치고 그 속에서 불멸의 성좌를 찾아내야 한다. 과거를 지금-여기로 호출하지 않고서는 현재에 대한 의미 부여, 미래에 대한 상상은 불가능하다. 미래 전망은 기억을 예언으로 승화하는 일이다. 과거를 재발견, 재정의하지 않고서는 더 나은 세상을 꿈꿀 수 없다. 문학동네가 한국문학전집을 새로 엮어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발간사)

물론 지난 한 세기 한국문학의 빛나는 성취를 전집으로 묶어내는 일이 새로운 것은 아니다. 문학동네 한국문학전집이 기존 창비의 '20세기 한국소설', 문학과지성사의 '한국문학선집'과 다른 점에 대해, 문학동네 편집위원인 문학평론가 신형철씨는 "문학사에서 정전으로 평가가 굳어진 작품들에서부터 출발하지 않고 동시대 작품들을 앞세우고 거기서부터 과거와 미래 두 방향으로 범위를 확장시킨다는 데 문학동네 한국문학전집의 특징이 있다"며 '동시대성'의 강조를 차별성으로 꼽았다.

이처럼 첫 20권에는 1960~70년대 등단해 거장의 반열에 오른 작가들부터 1990년대 이후 등단한 젊은 작가들까지 20명의 작품들이 두루 포함돼 있다. 김승옥 중단편선 < 생명연습 > , 황석영 장편 < 개밥바라기별 > , 박완서 중단편선 < 대범한 밥상 > , 이문구 중단편선 < 공산토월 > , 김주영 장편 < 홍어 > , 최인호 중단편선 < 견습환자 > , 이승우 장편 < 식물들의 사생활 > , 안도현 동화 < 연어·연어 이야기 > , 신경숙 장편 < 외딴방 > , 성석제 장편 < 왕을 찾아서 > , 윤대녕 중단편선 < 반달 > , 김소진 중단편선 < 열린 사회와 그 적들 > , 김연수 장편 <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 , 김훈 장편 < 칼의 노래 > , 은희경 장편 < 새의 선물 > , 전경린 장편 < 내 생애 꼭 하루뿐일 특별한 날 > , 김영하 장편 < 검은 꽃 > , 박현욱 장편 < 아내가 결혼했다 > , 천명관 장편 < 고래 > , 박민규 소설집 < 카스테라 > 가 그것. 1931년생 박완서부터 1970년생 김연수에 이르기까지 이 소설들의 저자 스무 명은 누구의 표현처럼 '우리 문학 100년사에서 제 방 하나를 너끈히 가질 만한 사람들'이다.

위기의 오늘 넘어 또 다른 내일 전망

"일차적으로는 지난 20년 동안 문학동네가 해온 일들에 대한 반성과 평가의 의미도 있겠고, 더 나아가 지금의 한국문학을 과거와 연결하고 미래로 확장시켜나가고자 하는 의도도 들어 있다"고 밝힌 편집위원 황종연 동국대 교수의 말처럼, 한국문학의 어제를 돌아보는 일은, 위기의 오늘을 넘어 또 다른 내일을 전망하게 할 터다.

오승훈 기자vi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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