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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슬픔 2008

신탄리행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12. 6. 5. 23:14

신탄리행 / 나호열

 

 

어디로 가느냐고 묻는 사람 없다
어디에서 왔느냐고 묻는 사람 없다
가슴 서늘해지는 끝이라는 말
더 이상 갈 수 없는 마지막 역에서
얼마나 나는 부끄러워지는가
온기 가득했던 한 잔의 차를 다 마시기도 전에
작별의 편지 한 장 다 쓰기도 전에
이렇게 당도해버린 낯 선 곳에서
산 속으로 숨어드는 길섶에 무성한
찔레꽃, 하얀 찔레꽃
그 찔레꽃이 죽어 햇빛을 접은 나비로
출렁거리는 내 그림자를 밟는다
사람이 아득하여 숨을 필요도 없는 閑村에
벌거벗어도 깊어보이는 시냇물은 어디로 가는가
산정을 넘어가는 구름에서 내릴 때
차표는 필요하다
이 생에서 내릴 때 나는 아카시아 향을
시냇물 소리를, 애기똥풀의 작은 꽃잎을
내 영혼의 역을 지키는 그 사람에게 전해줄 수 있을까
수취인 불명의 편지처럼 붉은 화인을 안고
나는 다시 나에게 돌아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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