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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슬픔 2008

정선 장날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12. 6. 2. 22:21

 

정선 장날 / 나호열

 

 

 

 

이제는 늙어 헤어지는 일도 섭섭하지 않은 나이

사고 싶은 것도 없고 팔아야 할 것도 없는 장터 이쯤에서

산이 높아 일찍 노을 떨구는

잊어버린 옛사랑을 문득 마주친다면

한 번 놓치고 오래 기다려야 하는 버스를 기다리며

낯익은 얼굴들 묵묵부답인 저 표정을 배울 수 있을까

알아도 소용없고 이름 몰라도 뻔히 속 보이는

강물을 닮은 얼굴들이 휘영청 보름달로 떠서

풀어도 풀어도 끝이 없는 아라리로

누구의 가슴을 동여매려 하는가

함부로 약속을 하지 말 일이다

다음 장날에 산나물이라도 팔 것이 있으면 오고

살 물건이 없으면 오지 않을 것이다

문득 피어 아름다운 꽃이 아니라

질 때 더욱 보고 싶어지는 그런 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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