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릉 숲 / 나호열
소나무 숲을 지났을 뿐이다
화살 촉 같은 아침 햇살이
조금씩 끝이 둥글어지면서
안개를 톡톡 칠 때마다
아기 얼굴 같은 물방울들이
잠깐 꽃처럼 피었다 지는
그 사이를 천 년 동안 걸었던 것이다
너무 가까이는 말고
숨결 들릴 듯 말 듯한 어깨 틈만큼
그리워했던 것
순간에도 틈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듯이
정지의 춤사위
군무는 아름다운 음악으로부터 시작되었을 것이다.
바람을 가득 안거나 구름을 머리에 인
분명 지금도 살아 꿈틀거리는 그들이
내게는 또렷이 한 사람으로 보인다
구부러지고 뒤틀리면서 하늘을 향해 오르는
불타오르는 기도의 뒷모습
서늘하다
'타인의 슬픔 2008'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느 새에 관한 이야기 (0) | 2012.06.10 |
---|---|
탑과 나무가 있는 풍경 (0) | 2012.06.09 |
신탄리행 (0) | 2012.06.05 |
사막에 살다 (0) | 2012.06.04 |
정선 장날 (0) | 2012.06.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