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과 나무가 있는 풍경 / 나호열
얼마동안이나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며 서 있었니?
바람의 수작에 울컥 꽃을 토해내거나
균열을 일으키며 모서리가 떨어져 나가는
풍경 속의 고요를 담아낸 하늘은 저리도 고운데
아무 것도 동여매지 못한 허리띠 같은 길이 숨는다
죽은 채로 태어나 그냥 사는 일과
흙에 목숨을 대고 태어나 죽어가는 일이
서로를 닮으려는 엇갈린 꿈이다
뼈와 살을 덜어내고 서로에게 그림자를 걸치며
봄을 지나가고 있다
늙는 것이 아니라 낡아가는 기쁨을 누리며
또 우리는 얼마나 서로를 바라보고 있어야 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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