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세상과 세상 사이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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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로 오르는사다리(시)

가슴이 운다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12. 5. 25. 22:00

 

가슴이 운다

                      나호열

 

거역할 수 없는 슬픔이 있다

예정되어 있으나 슬그머니 뒤로 밀쳐놓은

정답이 없다고 스스로 위안한

풀지 않은 숙제처럼

달려드는 파도가 있다

 

못질 소리

똑닥거리는 시계의 분침 소리

바위가 모래로 무너져 내리는 소리

 

이 나이에 사랑은 무슨

이 나이에 이별은 무슨

가슴이 울 때에는

이미 살아온 날들 보다 더 많은

혀를 닮은 낙엽이

길을 지우고 난 후

 

거역할 수 없는 슬픔은

그것이 이미 예정되어 있는 슬픔인 까닭

짐짓 잊어버릴 수 있을까

세상을 엿보았던 커다란 오해를 받아들인 까닭

 

가슴이 운다

높은 처마 끝에 매달아 놓은 풍경이

바람 앞에 속절없이 속을 내놓듯이

 

 

 

창조문예 2012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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