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소 謫所의 그늘
-괴산 산막이길
들머리 왁자지껄 여럿이 가다보니
어느새 참나무 두 그루
수심 깊은 강물을 내려다보고 있다
봄이었는데
한 뼘씩 비껴 떨어지는 햇살마냥
행운은 내 것이 아니었나보다
바위 틈에 뿌리를 내린 돌단풍 희게 웃고 있으나
목 빠진 소식 오지 않고
기다림의 십년이 오고
십 년의 그리움이 갔다고 한다
하늘 아래 어디 숨을 곳 있을까
귀향을 기다리다 옛집 허물어져가고
마주쳐 오는 저 바람 왠지 낯익다
잠깐 동안 꽃은 피어
실성한 듯 웃음 매단
살구나무 옆을 죄 지은 듯 지나가는
귀양살이 끝낸 한 늙은이
바람 책 한 권 같다
날머리 참나무 두 그루 상피 붙어
세월은 또 얼추 흘러간 듯하다
스토리문학 2012년 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