틀니
어제는 교회에 갔고 오늘은 법당에 들었습니다.
그곳에 가면 하루치의 까닭모를 분노가 잡초처럼 돋아오르고
욕지거리가 목구멍까지 치밀어 오릅니다
고요히 앉아 지난 신문을 거꾸로 들어 읽으시는 그 분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여 난폭해지기도 합니다
먹어도 먹어도 배고픈 병
일 년 열 두 달 눈 내리는 나라
앞으로 나아가기만 할 뿐 되돌아오는 길이 지워져버려
그 분의 얼굴은 평화 그 자체입니다
이곳이 지옥이었다가 극락이 되기도 하는 것처럼
그 분은 경극의 주인공이십니다
입 벌리세요
호랑이는 굶어서 죽지 잡혀 먹히지는 않겠는지요
틀니를 뽑아 물에 헹굴 때 그 분은 순하디 순한 얼굴로
웃고 계십니다 아니 웃음과 울음의 경계가 무너집니다
나의 교회와 나의 법당
어머니를 벗어날 때 어쩔 수 없이 나는 어리석은 양
길 잃은 양이 되어 눈물 납니다
Sky life
늘 배고픈 저 아가리
복음은 눈으로 볼 수 없고
관음은 귀로 들을 수 없어
허공을 밟고 오시는 어떤 사람
오늘도 수신불량이다.
장사의 꿈
한 사내 산을 허물고 있었다
광맥을 찾는다는 것은 광부 狂夫의 일이라 했다
하염없이, 부질없이, 그러나 끊임없이
광맥을 찾으면 떨어진 단추 하나 꿰맬
강철 바늘을 만들 것이라고 그가 말했다
쉰 하고 여덟
잘 삭아가고 있는 바다의 마음과
곁 사람의 그림자로 입 안에 녹아드는 젓갈의 맛
부사 副詞 로 족하다 !
발밑/ 나호열
애써 보이지도 않는 먼 길을 미리 걱정할 필요가 없다
돌부리는 발밑에 있고
발밑에는 굳은 땅 밀고 올라오는 새싹이 있다
돌부리에 차이면 발이 아프고
무심코 내 발이 싹의 머리를 누를 때
지구는 온몸으로 기우뚱거린다
발밑을 조심하라
발밑을 내려다 볼 때
너는 땅에 경의의 절을 하고 있는 것이니
계간 『미네르바』 2012년 봄호 신작시 특집으로 게제된 5편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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