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요문학 축시
꽃 이라 부른다면/나호열
꽃으로 친다면
그대들은 여럿이 모여 한 스푼의 눈물과
단지 한 문장의 사랑을 노래하는 안개꽃이다
어느 꽃은 향기로
어느 꽃은 빛깔로
어느 꽃은 우아한 자태로
한 계절 피고 지지만
꽃으로 친다면
그대들은 먼 그리움의 편지 같은
지상에는 보이지 않는 꽃이다
그 누가 바람의 꽃을
햇살의 꽃을 달빛의 꽃을 볼 수 있을까
우리가 살아 있는 동안
우리가 얼마나 소중한 꽃인지 모르는 사람들에게
그대들은 홀씨처럼 날아올라
어디에든 닿을 것인데
오늘 밤 하늘엔 별이 가득가득하다
그 누구와의 은밀한 눈맞춤에 비로소 꽃이 되는가
눈물이 되는가
아니면 가난한 이들의 손을 가만히 잡아주는
위안이 되는가
소요산 자락엔 일년 내내 꽃이 핀다
홀로 있을 때 보다
여럿이 모여 화음을 이루는
서로가 서로의 이름을 부를 때 문득
소요산은 한 뼘씩 키가 자란다
그대들이 밀어올리는 서정의 힘이다
2011 12.8
도봉산 자락에서 나호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