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세상과 세상 사이의 꿈

모두 평화롭게! 기쁘게!

칼과 집 1993

상계동 . 20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11. 11. 7. 01:00

상계동 . 20  / 나호열

 

 

 

담벼락에 기대어 귀뚜라미로 실컷 울었으면 좋겠어요
애들이 많으면 방 구하기도 수월치 않지요
시끄럽고 더군다나 우리 집엔 고삼짜리가 있거든요
단촐한 세입자를 원해요
중첩되는 두 얼굴이 적막하게 퍼져간다
모래들이 모여서 사막을 이루어
불모지로 변해가는 세상의 한가운데
독같은 얼굴을 가리려고 사람들은 가면을 쓴다
여우탈,사자탈,패랭이탈,양반탈 뒤집어 쓰고
내가 네가 아님을 열심히 증명하려고
비싼 값으로 면죄부를 더 많이 차지하려고
여기저기에 가면무도회는 끊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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