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세상과 세상 사이의 꿈

모두 평화롭게! 기쁘게!

칼과 집 1993

상계동 . 24 / 나호열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11. 12. 25. 21:40

상계동 . 24 / 나호열

 

 

 

옆집 아무개씨가 이사를 간다
삼 년 동안 내왕이 없었으므로 그가
무엇을 하며 어디로 가는 지 알리가 없다
단지 트럭에 실리는 장농을 보며
천 만원 짜리 통영자개장이라는 수근거림에
그가 부자였자는 사실과 그런 부자와 나란히
삼 년을 살았다는데 신기함을 느낀다
불편함 없이, 기죽는 일 없이
그가 고기국을 먹을 때 김치찌게를 먹었다 하더라도
우리는 얼마나 편안했던가
잠시간이었다 하더라도 얼마나 평등했던가
우리의 죽음이 그러하듯
홀로 먹이를 찾아 허공을 배회하는 독수리처럼
평생을 이고,지고 다닐 짐들이
작별의 아쉬움도 없이 떠나가는
손 없는 날의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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