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세상과 세상 사이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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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겐 견뎌내고 싶은 고통이 있습니까

당신에겐 견뎌내고 싶은 고통이 있습니까중앙일보입력 2024.08.13 00:31                                                                     고통이란 무엇인가                                                        김영민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유달리 피부가 고와서(?)일까. 나는 뜨거운 것을 만지는 일에 취약하다. 남들은 잘도 쥐는 뜨거운 냄비도 내게는 불덩어리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라면 끓일 때도 진지한 소방관의 자세가 된다. 이런 나에게 김동리의 소설 ‘등신불’은 충격이었다. 중고교 시절 국어 교과서에 실린 작품들은 대부분 별다른 인상을 남기지 않았지만, ‘등신불’만큼은 그렇지 않았다.‘등신불’의..

김영민 칼럼 2024.08.22

낭만시인 첫걸음 시창작 8강

낭만시인 첫걸음 시창작 8강  ■ 풍경(대상)의 묘사와 주제의 드러냄 한겨울 햇살 껴안고 폐사지 마당 한켠에서 졸고 있는 고양이, 기대앉은 계단 옆에는 까치밥 매달린 감나무 그림자가 고양이를 덮쳤다 풀어주었다 심심풀이 장난을 친다그림자 한 점 없는 때 묻지 않은 산골 햇살, 홀쭉 들어간 고양이 배와 쳐진 눈자위 뭉친 털과 축 처진 꼬리를 자근자근 펴준다 한겨울 추위를 녹신하게 피라고 한 땀 한 땀 수면 침을 놓는다 적멸보궁 寂滅寶宮에 든 고양이 생보살, 남녘 하늘로 날아가려나 기지개를 펴며 다리를 뻗는다 햇살이 야윈 양쪽 겨드랑이를 들어올린다 날개가 돋는지 두 팔을 펼치고 햇살 속으로 스며든다따뜻한 고요를 박차고 일어서는 노란 복수초, 어둠을 지나 흰 눈 파헤치고 일어선다황금 촛불을 든다         ..

매미

매미   오랫동안 꿈만 꾼다는 것은 힘든 일이다새로 태어났기에 바다를 건너는 게 꿈이었는데온몸이 부서질 듯 아픈 게 날개가 돋치는 까닭이라고 믿고 있었는데너에게 불러줄 세레나데는 성대가 없어그저 날개를 부르르 떨어야 울음 삼키는 몹쓸 날개 그래도 너는 오겠지웃음소리가 아니어도 나무 하나를 너끈히 들어올리는 절창을 모른 척 하지는 못하겠지새로 태어났으나 새가 되지 못한그저 가슴 속에 출렁거리는 바다를이렇게 쏟아내고 있지 않은가

경남 김해

일출·낙조 그림 같은 불모산… 女도공·기녀의 사연 품었네[박경일기자의 여행]문화일보입력 2024-08-22 09:07업데이트 2024-08-22 09:41 김해 불모산 정상 아래 조성해 놓은 노을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경관. 구름이 타고 넘어가는 능선 너머로 보이는 곳이 창원시 진해구다. 진해 앞바다 뒤쪽으로 섬처럼 떠 있는 땅이 마산합포구다.■ 박경일기자의 여행 - 역사인물 이야기 따라 즐기는 김해150년전 ‘순애보 기녀’ 강담운연인 향한 그리움 담은 詩 애절詩에 나온 장소 걷기코스 조성500년전 ‘여성 도공’ 백파선日아리타에 도자기 기술 전파광장·카페·벽화로 자취 남아김해·창원 경계에 솟은 불모산전망대서 보는 남해 풍경 압권정상 코앞까지 차로 갈 수 있어김해 종로길 ‘글로벌 푸드타운’이주노동자 운영하는..

신안 맹그로브숲 성공하면 얻는 순기능 5가지

신안 맹그로브숲 성공하면 얻는 순기능 5가지 [김민철의 꽃이야기]김민철 기자입력 2024.08.20. 00:00업데이트 2024.08.20. 17:35   동남아 등 열대·아열대 지역에 가면 큰 강 하구, 바닷가에서 맹그로브숲을 볼 수 있습니다. 맹그로브는 뿌리가 문어 다리 모양으로 물 밖으로 튀어나와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대만 맹그로브숲(쓰차오 그린터널)처럼 숲 사이로 보트나 카약을 타고 다니는 관광코스도 적지 않습니다.코타키나발루에서 가장 큰 섬 '가야섬'에서 카약을 타고 맹그로브 숲을 누비다보면 맹그로브 숲에 사는 게나 바닷 속 조개가 내뱉는 공기 방울도 볼 수 있다. /코타키나발루=이미지 기자 ◇탄소 흡수·저장 능력 뛰어나 주목맹그로브는 태풍, 쓰나미 등 자연재해로부터 해안 침식이나 피해를 막아..

낭만시인 첫 걸음 시창작 7강

낭만시인 첫 걸음 시창작 7강  ■ 심리적 거리란 무엇인가?.  형님을 데리고  정병근 천지에 나 닮은 이가, 수심에 가득 찬 이가 전철역 출구 앞에 행방 없이 서 있다 납작하고 깡마른 얼굴에 툭 튀어나온 입을 위로 꽉 다물고 어쩌면 나 같은 상념에 젖는지 소란의 바깥으로 눈을 보낸 채 아니면 아닌 모양으로 서있다 차들은 지나가고 나는 에이고 외로워져서 남인 듯 명랑하게 그를 부른다 그이는 나를 얼핏 못 알아보다가 아, 어머니의 장자가 나를 알아본다 “근아” 하고 부르던 어린 날의 그이가 내 앞에 있다 -날이 춥심더. 잠바가 엷은 거 같네. 오늘은, 산 밑 당집에서 돼지머리 썰어 먹던 이야기 말고 수박을 들고 어느 절집에 찾아갔던 이야기 말고 고시촌을 떠돌던 정 씨 이야기 말고 낙산 비탈 방에 기거하며 ..

지방 사람들이 세운 고려, 어떻게 지방을 차별했나

지방 사람들이 세운 고려, 어떻게 지방을 차별했나중앙일보입력 2024.08.16 00:26수도 개경에는 아무나 살 수 없었다이익주 역사학자지금 대한민국 국민의 절반은 수도권(서울·경기·인천)에 산다. 좁은 지역에 많은 사람이 모여 살다 보니 수도권의 주택난, 교통난, 환경 오염, 쓰레기 처리 등 발생하는 문제가 한둘이 아니다. 반면, 지방은 인구가 나날이 줄어들어 소멸을 걱정할 판이다. 수도권에 사는 사람을 지방으로 옮겨 살게 하면 양쪽 다 해결할 수 있는데, 왜 그러지 못하는 걸까? 수도권 집중이 단순한 공간 활용의 문제가 아니라 서울과 지방의 뿌리 깊은 차별을 바탕에 깔고 있기 때문이다. 즉, 이것은 역사적인 문제이다.골품제 폐지, 지방 차별 없앴지만행정구역 위계 엄격, 이사도 막아사는 곳에 따라 사..

문화평론 2024.08.16

직장에서 극혐 카톡 1위는... "업무 시간 끝났는데 말 거는 상사"

직장에서 극혐 카톡 1위는... "업무 시간 끝났는데 말 거는 상사"조성호 기자입력 2024.08.15. 16:59업데이트 2024.08.15. 23:35  WEEKLY BIZ 뉴스레터 구독하기 ☞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146096일러스트=김영석화장품 제조 대기업에 다니는 10년 차 직장인 A(36)씨. 그는 올 초부터 ‘개미 3호’라는 새로운 별명을 얻었다. 업무용 메신저 대화를 한번 시작하면 도저히 대화가 끝나지 않는 한 임원을 직속 상사로 모시게 되자, 회사 동기들이 “개미지옥에 빠진 세 번째 동기가 됐다”며 붙여준 별명이다. A씨는 “(이 임원은) 별 의미도 없는 말을 끊임 없이 늘어놓는데, 본인 딴엔 권위적이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려고 하는 ‘허물없는..

예당호 출렁다리

예산군 홈페이지 2019년 4월 6일 개통된 예당호 출렁다리는 예산군의 새로운 대표 관광지 중 하나로 402m의 길이를 자랑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출렁다리이며, 하늘로 곧게 솟은 64m 주탑을 중심으로 양 옆으로 펼쳐진 케이블은 아름다운 자태의 거대한 황새가 길고 흰 날개를 펼쳐 호수 위를 비상하듯 환상적인 풍경을 자아낸다. 또한 하얗고 웅장한 출렁다리의 모습이 넓은 예당호와 함께 조성된 예당호 조각 공원과 어우러져 그 웅장함과 아름다움을 함께 감상할 수 있다. 느린호수 길은 2019년 10월 오픈했으며, 140m 길이의 부잔교와 함께 아름다운 경관을 조성한다. 2020년 4월 25일부터 가동한 음악 분수는 길이 96m, 폭 16m, 최대 분사 높이 110m에 다다르는 부력식 분수이며, 면적 ..

전국에 출렁다리만 250곳 넘는다는데

[에스프레소] 전국에 출렁다리만 250곳 넘는다는데흥행은 잠시… 애물단지 우려한강공원엔 내·외국인 인산인해억지로 뭔가를 만들기보다우리 일상 잘 가꾸기가 핵심이동수 청년정치크루 대표입력 2024.08.12. 23:58   타지 친구들이 서울에 놀러 오면 종종 한강공원에 간다. 여행과 일상의 경계에 놓인 곳. 서울다운 걸 원하지만 뻔하디뻔한 관광지는 싫은 이들에게 한강공원은 안성맞춤이다. 큰돈 들일 필요도 없다. 돗자리 한 장과 만 원짜리 와인 한 병이면 고급 바가 부럽지 않다. 반짝이는 윤슬, 기분 좋게 흘러나오는 음악. 여기에 취해 한강공원을 찾은 게 올해에만 예닐곱 번은 된다.중학생 시절에도 한강을 자주 찾았다. 학교가 한강에서 멀지 않았던 덕분에 수업이 끝나면 친구들과 한강공원으로 가서 공을 차곤 했..

1000년 된 ‘포항 보경사 오층석탑’ 보물된다

1000년 된 ‘포항 보경사 오층석탑’ 보물된다문화일보입력 2024-08-13 12:15 1000년의 세월을 견딘 고려의 석탑이 보물로 지정된다. 국가유산청은 ‘포항 보경사 오층석탑(浦項 寶慶寺 五層石塔·사진)’을 국가지정문화유산 보물로 지정 예고한다고 13일 밝혔다.석탑은 경북 포항시 내연산의 보경사 경내에 불교의 진리를 상징하는 부처인 ‘비로자나불’을 모신 ‘적광전’(寂光殿)을 마주 보고 서 있다. 높이 4.6m로 단층기단 위에 5층의 탑신석(塔身石·몸돌)과 옥개석(屋蓋石·지붕돌)으로 구성된 탑신부를 지녔고 이미 보물로 지정된 적광전과 함께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고 있다.사명대사라는 이름으로 잘 알려진 조선 중기 승려 유정이 쓴 ‘내연산보경사금당탑기(內延山寶慶寺金堂塔記)’에 이 석탑과 관련한 기록이 남..

50년 달려온 K지하철

북한보다 출발 늦었지만 … 고속철 수출길 연 지하철중앙선데이입력 2024.08.10 00:01업데이트 2024.08.11 15:1350년 달려온 K지하철8월 15일은 여러 기억으로 남는다. 광복절(1945년)과 대한민국 정부 수립(1948년), 육영수 여사 서거(1974년)도 이날이다. 육 여사가 쓰러진 직후엔 우리나라 최초의 지하철이 달리기 시작했다. 지하철 50년은 그렇게 출발했다. 이후에도 새로운 노선으로 이어지며 7.8㎞ 종로선에서 1335㎞ ‘수도권 전철’로 거듭난 지하철 반세기의 어제와 오늘·내일을 서울교통공사 공모 수기 입상작 등을 통해 들여다봤다.                         1974년 8월 15일 육영수 여사 피격 직후 열린 지하철 1호선 종로선 개통식. [사진 서울기록원]..

유물과의 대화 2024.08.13

1호선 끝과 끝 4시간30분…왜 좌측통행

1호선 끝과 끝 4시간30분…왜 좌측통행중앙선데이입력 2024.08.10 00:07순간 시속 110㎞를 찍었다. 수도권 전철 1호선(이하 1호선) 구간 막바지. 전곡역을 지나자 전동열차가 막판 스퍼트를 냈다. 서울 지하철 주행 평균 속도인 시속 50㎞의 두 배가 넘었다. 짙푸른 들판과 그늘 드리운 산이 휙휙 지나갔다. 조금 뒤 “이번 역은 우리 열차의 마지막 역인 연천, 연천입니다”라는 기관사 방송이 흘러나왔다. 1호선의 북쪽 끝 연천역이었다. 연천군을 지키는 5사단 장병들이 줄지어 철로를 건너고 있었다.지하철 1호선 전곡역을 지나며 속도를 높인 뒤 연천역으로 들어서고 있는 전동열차. 김홍준 기자지하철 1호선 연천역 근처에는 옛 경원선 연천역이 있다. 1912년부터 영업한 옛 연천역에는 증기기관차에 물을..

문화평론 2024.08.13

[191] 의재필선(意在筆先)

[정민의 세설신어] [191] 의재필선(意在筆先)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입력 2013.01.01. 23:04    청나라 때 문인 왕학호(王學浩)는 여러 번 과거에 낙방했다. 그는 대강남북(大江南北)을 여유롭게 노닐며 그림으로 생계를 이었다. 그림의 격이 워낙 높아 사대부들이 다투어 높은 값에 그의 그림을 사들였다. 남종화의 대가로 기려졌다. 그가 자신의 화첩에 이렇게 썼다. "그림의 여섯 가지 방법과 한 가지 원리는 단지 '사(寫)'란 한 글자로 귀결된다. '사', 즉 그림 그리는 일은 뜻이 붓보다 앞선 후, 본 것을 곧장 따르는 데 있다. 비록 헝클어진 머리에 거친 복색이라도 의취(意趣)가 넉넉해서, 혹 공교로운 아름다움을 지극히 하더라도 기미(氣味)는 고아한 것이 이른바 사대부의 그림이다. 그렇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