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두 살 ─ 전태일 너도 걸었고 나도 걸었다 함께 스물두 살을 지나가면서 너는 맨발이었고 나는 평발이었을 뿐 티눈이 박이는 세월을 막지 못하다 어쩌랴 너는 스물두 살에 멈추어 섰고 나는 쉰하고도 여덟 해를 더 걸었으나 내가 얻은 것은 평발이 된 맨발이다 나는 아직도 스물두 살을 맴돌고 있고 너는 아직도 더 먼 거리를 걷고 있을 터 느닷없이 타오르던 한 송이 불꽃 하늘로 걸어 올라가 겨울밤을 비추는 별이 된 너와 그 별을 추운 눈으로 바라보는 중늙은이 걸어 걸어 스물두 살을 지나가면서 너는 맨발이었고 나는 평발이었을 뿐 같은 길을 걸었으나 한 번도 뜨겁게 마주치지는 못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