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세상과 세상 사이의 꿈

모두 평화롭게! 기쁘게!

촉도 2015

있으나 마나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20. 4. 27. 19:37

있으나 마나

 

월화수목금금금

휴일에도 생계를 이으려 험한 세상으로 나가는 아내 에게

아무 말 못했다

미안하다 내가 못나서

이 말은 마음 저 천 리 밖에 있고

뭉툭한 돌멩이 하나 정수리에 닿는다

에구구 있으나 마나 한 인간아!

 

늦은 밤 고개 들어 도시의 손톱달을 본다

너도 있으나 마나

그러나 흐린 날이든 맑은 날이든 달은 떠오르고

끊임없이 이울고 벅차오른다

시궁창에도 빛살무늬를 남기고

풀벌레 울음에 넌지시 손을 내민다

내 그림자만 봐도 마음 든든하다고

늙어 가는 아내가 저만큼 달려오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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