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항선
장항선은 나를 달린다
이 가슴에서 출발하여 이 가슴에서 멈춘다
덜컹거리는 스물 두 살은 아직도 스물 두 살
멀리 튕겨져 나간 줄 알았으나
아직도 질긴 고무줄처럼 탱글거리는 탯줄은
되돌아 와 뺨을 세차게 때린다
세월보다 조금 느리게 달려갔으나
앞은 먹먹한 강이 있었고
추격자처럼 다가온 어둠은 퇴로를 막았다
잔뜩 웅크린 채 어미는 이미 늙어
타향보다 더 낯 선 고향은
막차를 타고 가는 마지막 역
내려야 할 곳을 알고 서둘러 행장을 챙기는 사람들 사이에서
기적이 울린다
어디에 내려도 고향은 멀고
멀어서 사투리가 긴 장항선 아직도 구불거린다
저녁답 연기처럼 가물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