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세상과 세상 사이의 꿈

모두 평화롭게! 기쁘게!

촉도 2015

장항선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17. 10. 18. 22:46

장항선

장항선은 나를 달린다

이 가슴에서 출발하여 이 가슴에서 멈춘다

덜컹거리는 스물 두 살은 아직도 스물 두 살

멀리 튕겨져 나간 줄 알았으나

아직도 질긴 고무줄처럼 탱글거리는 탯줄은

되돌아 와 뺨을 세차게 때린다

세월보다 조금 느리게 달려갔으나

앞은 먹먹한 강이 있었고

추격자처럼 다가온 어둠은 퇴로를 막았다

잔뜩 웅크린 채 어미는 이미 늙어

타향보다 더 낯 선 고향은

막차를 타고 가는 마지막 역

내려야 할 곳을 알고 서둘러 행장을 챙기는 사람들 사이에서

기적이 울린다

어디에 내려도 고향은 멀고

멀어서 사투리가 긴 장항선 아직도 구불거린다

저녁답 연기처럼 가물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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