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세상과 세상 사이의 꿈

모두 평화롭게! 기쁘게!

촉도 2015

맹지 盲地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17. 10. 21. 12:34

맹지 盲地

 

내게 눈 먼 땅 있다

길이 없어 주인이 허락하지 않으면 들어갈 수 없는

섬 같은 땅

그래서 가끔 나는 날아서 그 땅에 가 본다

 

유랑민 같은 풀들이 제멋대로 뿌리를 내리고

참새들이 먹이를 찾다가 퉤퉤 침 뱉고 간 자리

맷돼지가 똥 누고 간 땅

 

손바닥 안에 세월의 낙서

그 땅에 무얼 할 수 있을 지

몇 년 째 궁리 중인데

태백준령을 넘어온 하늘이 그 생각 부끄러워 말라고

편지 대신 옥빛 치마 고름 남겨둔 것도 나는 보았다

 

내 땅이 맞기는 맞는 지

쌀 두 되 값 일 년에 한 번 공손히 바치는

맹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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