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지 盲地
내게 눈 먼 땅 있다
길이 없어 주인이 허락하지 않으면 들어갈 수 없는
섬 같은 땅
그래서 가끔 나는 날아서 그 땅에 가 본다
유랑민 같은 풀들이 제멋대로 뿌리를 내리고
참새들이 먹이를 찾다가 퉤퉤 침 뱉고 간 자리
맷돼지가 똥 누고 간 땅
손바닥 안에 세월의 낙서
그 땅에 무얼 할 수 있을 지
몇 년 째 궁리 중인데
태백준령을 넘어온 하늘이 그 생각 부끄러워 말라고
편지 대신 옥빛 치마 고름 남겨둔 것도 나는 보았다
내 땅이 맞기는 맞는 지
쌀 두 되 값 일 년에 한 번 공손히 바치는
맹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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