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세상과 세상 사이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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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도 2015

떠도는 섬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20. 5. 5. 22:44

떠도는 섬

 

 

섬들이 부딪치지 않으려고

파도로 외로움을 만드는 시간

눈에 불심지를 매단 차들이

조심조심 좌우로 앞뒤로

순례의 길을 간다

 

섬 속에 살고 있는 또 하나의 섬

무언의 깜빡이를 켜고 능숙하게 핸들을 돌리는

신을 닮은 우리는 스스로 고독한 채

말문을 닫는다

 

길 위에 떠도는 다도해

 

긴 팔을 뻗으면 닿을 듯해도

물속에 다리를 묻은 두루미처럼

몹시도 가려운 그리움의 바닥을 쳐다보며

커엉컹 개 짖는 소리 들린다

급히 신호등이 바뀔 때마다

어둠의 벼랑 아래로 아득히 추락하는

떠도는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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