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세상과 세상 사이의 꿈

모두 평화롭게! 기쁘게!

2024/06 22

장항역

장항역무궁화호 막차를 타고 장항에 갔네자정이 가깝고 선산은 멀어몇 걸음 앞에 다가온 강물에 눈을 씻었네삐걱거리는 여인숙 문풍지 바람소리밤새도록 나를 울렸네끝내  아버지 고향에 가지 못하고타고 온 기차에 도망치듯 몸을 숨겼네장항역에 내렸네 신성여인숙도 안 보이고 강물도 안보이네장항역은 장항에 없다네그렇지 오십년이 흘렀지# 서천신문 게제 예정

생전 장례식 치른 할머니, 오롯이 도라지꽃이 되다

생전 장례식 치른 할머니, 오롯이 도라지꽃이 되다 [김민철의 꽃이야기]김민철 기자입력 2024.06.25. 00:00   “나 죽은 뒤에 우르르 몰려와서 울고불고한들 무슨 소용이야. 살아 있을 때, 누가 누군지 얼굴이라도 알아볼 수 있을 때 한 번 더 보는 게 낫지.”홍민정 작가의 장편동화 ‘모두 웃는 장례식’에 나오는 할머니는 이렇게 말하며 돌아오는 자신의 75번째 생일에 생전 장례식을 치르겠다고 한다. 할머니는 유방암 암세포가 온몸으로 퍼져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할머니 치마에 수놓은 도라지꽃이 동화의 주인공은 초등학교 6학년 윤서다. 여름방학을 하자마자 엄마가 일하는 상하이로 떠날 꿈에 부풀어 있었다. 그런데 할머니가 생전 장례식을 치르겠다고 하자 망설이지 않을 수 없었다. ..

서얼 차별 없었던 일부일처 사회

이익주의 고려, 또 다른 500년인구 감소 우려 다처제 주장, 부인들 눈치 보다 논의 중단중앙일보입력 2024.06.21 00:53서얼 차별 없었던 일부일처 사회이익주 역사학자“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형을 형이라 부르지 못하니…” 세상 불쌍한 홍길동이 하는 말이다. 허균의 소설 『홍길동전』은 공전의 히트를 쳤고, 이 말은 지금까지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해졌다. 같은 아버지에게서 태어났는데 어머니의 신분 때문에 차별 대우를 받아야 했던 사람들, 이들을 ‘서얼(庶孽)’이라고 한다. 정실 부인이 낳은 자식인 적자녀(嫡子女)에 대비되는 서자녀(庶子女)와 얼자녀(孽子女)를 합친 말로, 어머니의 신분이 양인이면 ‘서’, 천민이면 ‘얼’이라고 했다. 얼은 곁가지란 뜻이다. 홍길동은 양반인 홍 판..

문화평론 2024.06.22

[근대 문화의 기록장 ‘종로 모던’] 3·1운동 이후 도서관 설립 확산

1920년 취운정에 경성 첫 도서관…유길준 ‘서유견문’ 낳았다중앙선데이입력 2024.06.15 00:20업데이트 2024.06.15 06:29[근대 문화의 기록장 ‘종로 모던’]  3·1운동 이후 도서관 설립 확산 집옥재와 팔우정. 왼쪽에는 서고인 팔우정, 오른쪽에는 이층 복도로 연결된 경복궁 집옥재가 있다. 집옥재는 현재도 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작은도서관으로 운영 중이다. [사진 국립민속박물관]지식은 인류의 오랜 삶 속 경륜으로 쌓이고 또 쌓인다. 급기야 인쇄술의 발전을 거쳐 책으로도 긴 축적의 과정을 거친다. 그러나 그 지식은 권력을 쥐거나 그에 가까웠던 계층의 전유물과 다름없었다. 근대는 그런 두텁게 쌓인 인류 지식의 접변(接邊)이 일반인에게 널리 퍼지는 과정과 함께 닥친다. 그 매개는 바로 ‘..

유물과의 대화 2024.06.22

김결 시집 『당신은 낡고 나는 두려워요』: 공극孔隙의 슬픔과 스며듦의 미학

공극孔隙의 슬픔과 스며듦의 미학 나호열 시인·문화평론가속을 드러내는 일은 언제나 자신이 없다 김결 시인의 첫 시집 『당신은 낡고 나는 두려워요』는 기의記意를 해체하는 독특한 발화發話를 통해 의식의 내면에 자리 잡고 있는 기억을 더듬고 스스로를 위무하는 길을 탐색하고 있다. 마치 부손蕪村의 하이쿠 「거면居眠」, “꾸벅 졸면서/ 나에게로 숨을까/ 겨울나기여”처럼 결코 그 누구와도 나눌 수 없는 생의 고독함을 이겨 내기 위해 또 다른 타자인 자신의 의식 속으로 스며드는 독백인 것이다. 그래서 『당신은 낡고 나는 두려워요』는 존재 간의 공극―결코 결합될 수 없는 간극―을 인식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한다. 당신과 나의 거리는 얼마가 적당할까사랑하다가 한날한시에 같이 묻혀도 간극은 있다― 「공극」 부분 시인의 이러한 ..

성공회 집안 김용철, 온수리교회 스테인드글라스 만들어

성공회 집안 김용철, 온수리교회 스테인드글라스 만들어중앙선데이입력 2024.06.15 00:23예술가와 친구들김용철, 1976년 온수리 작업실에서. [사진 김용철]화가 김용철(1949~)은 강화도 온수리 토박이다. 서울에서 태어나 본향인 강화도 온수리에서 자랐다. 여전히 작업실은 온수리에 있다. 지금은 강화도에 엄청난 숫자의 차량이 오간다. 다리가 없던 과거에는 육지와 완전히 고립된 섬이었다. 김용철은 온수리의 길상초등학교를 졸업하고 1961년 서울의 대광중학교에 진학했다. 서울로 가는 길은 멀었다. 우선 온수리에서 십리 떨어진 초지항까지 걸어가야 한다. 초지항에서 인천 연안부두로 가는 배는 물때를 맞추어야 했기에 출항 시간이 일정하지 않았다. 겨울에는 한강과 임진강에서 흘러온 커다란 얼음 덩어리가 꽝꽝..

문화평론 2024.06.16

사람도 풍경도 아름다운 전남 고흥

쪽빛 절경 품은 산봉우리, 옛이야기 간직한 섬들… 놀러왔다 눌러앉고 싶은 곳[박경일기자의 여행]문화일보입력 2024-06-13 09:11업데이트 2024-06-13 09:47고흥의 진산(鎭山)인 팔영산 제7봉 칠성봉 정상 능선에 올라서서 지나쳐 온 봉우리를 뒤돌아봤다. 발을 딛고 있는 곳이 제7봉인 칠성봉이고, 왼쪽의 봉긋한 암봉이 제6봉인 두류봉, 오른쪽 저 아래가 제5봉인 오로봉이다.■ 박경일기자의 여행 - 사람도 풍경도 아름다운 전남 고흥여행객이 꼽은 ‘살고 싶은 곳’텃세없고 외지인에게도 호의적갯벌체험 등 ‘촌캉스’로도 딱이순신 첫 근무지 ‘무인의 고장’‘고흥서 힘자랑 말라’는 얘기도프로레슬러 김일체육관도 명소고흥10경 중 제1경 ‘팔영산’등지느러미 같은 여덟개 암봉능선 오르면 바다경관 펼쳐져알려지..

지평리 전투의 유엔군 영웅들

죽기를 마다하지 않은 미끼 작전, 한국전 판도 바꾸다중앙일보입력 2024.06.14 00:26  지평리 전투의 유엔군 영웅들김정탁 노장사상가인천상륙작전은 낙동강까지 밀린 유엔군이 전세를 뒤집었기에 한국전에서 극적인 역전의 계기다. 그런데 인천상륙작전 성과 못지않은 전투가 있었는데 1951년 2월 경기도 양평서 벌어진 지평리 전투다. 이 전투는 사람들이 거의 알지 못하는데 인천상륙작전만큼이나 한국전의 흐름을 바꿔 놓은 전투다. 그래서 제2의 인천상륙작전 또는 한국전의 게티즈버그 전투라 불린다. 1·4 후퇴로 사실상 괴멸 상태에 빠진 유엔군이 이 전투 승리로 기사회생해서다. 지평리 전투에서 패했다면 유엔군은 한반도 철수를 심각히 고려했어야 했다. 그러면 우리는 제주도나 일본에 망명정부를 세워야 했을지도 모른..

카테고리 없음 2024.06.16

일상의 시 노래한 ‘한국의 율리시스’

[삶과 추억]일상의 시 노래한 ‘한국의 율리시스’중앙일보입력 2024.06.10 00:10 이영희 기자 구독         한국 모더니즘 시의 전통을 이어온 것으로 평가받는 김광림 시인이 9일 95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고인은 생전 18권의 시집을 출간했고 한국시인협회장을 지냈다. [사진 한국시인협회]“꽃은 꺾인 대로 화병에 담아 채우면 / 금시 향기로워 오는 / 목숨인데 / 사람은 한번 꺾어지면 / 그만 아닌가 (중략) 사람도 그만 향기로울 데만 있으면 / 담아질, 꺾이어도 좋은 / 꽃이 아닌가” (1959년 ‘사상계’에 발표한 시 ‘꽃의 반항’)일상의 기쁨과 슬픔, 삶과 죽음의 의미를 성찰적인 시어로 노래했던 문단의 원로 김광림(본명 김충남) 시인이 9일 별세했다. 향년 95세.1929년 함경남도 원..

생물을 소재로 한 시 모음

생물을 소재로 한 시 모음젖소  젖소는 일하지 않는다하루 종일 풀과 사료를 먹으면서아무 생각없이젖을 만든다새벽이면 어김없이고무장갑의 큰 손이우유를 가져가기 위해방문한다아무 것도 주지 않는 그들에게젖소는 반항하지 않고화내지도 않는다젖소는제가 무엇을 만들고 있는지 모른다결코 젖소는제가 젖소인지 모른다대를 물려가는 혈통은검은 얼룩을 지우지도 못하면서서정적인 목장 풍경 속에우리의 뒷골 속에되새김 되는초식동물우리의 뒷모습을 오늘도 보지 못한다 누에 누에는 뽕잎을 먹고 산다수천 년 동안누에는 그의 속성을바꾸어 본 적이 없다뽕나무는 뽕나무대로누에밥이 되는즐거움의 생활방식을바꾸어 본 적이 없다 한 마리 나방이 되기 위하여수고스럽게 고치를 지어야 하는 노동을생략하지 않는다한숨인 양 뿜어올리는 실오라기를한 줄씩 잡아당겨 ..

[나무편지] 봄과 여름 사이를 풍성하게 채우는 향기가 아름다운 꽃

[나무편지] 봄과 여름 사이를 풍성하게 채우는 향기가 아름다운 꽃  ★ 1,236번째 《나무편지》 ★   지금 숲에는 봄의 끄트머리에서 피어난 꽃이 피워낸 향기로 가득합니다. 귀신도 불러낼 만큼 강렬한 향기를 가진 꽃, ‘초령목(招靈木)’입니다. 초령목은 목련 종류에 속한 나무입니다. 대개 5월 중순 쯤에 고운 유백색의 꽃이 피어나는 나무로, 천천히 한 송이 두 송이 피어나 대략 보름 정도에 걸쳐 그 좋은 향기를 풍겨옵니다. 6월 초인 지금, 한창 절정인 시기는 지났지만, 그래도 여전히 꽃은 남아있습니다. 그토록 강렬했던 지난 5월 말의 그 향기만큼은 아니어도 나무 주변을 지날 때면 코끝으로 다가오는 향기를 알아챌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자생하는 나무이지만, 제주도와 흑산도 외에는 자생하는 초령목..

최전방 ‘호국보훈의 성지’ 고대산

김일성이 잃고 사흘간 울었다는 그곳, 백마고지가 눈앞중앙선데이입력 2024.06.08 00:19업데이트 2024.06.09 06:13  최전방 ‘호국보훈의 성지’ 고대산 경기도 연천군과 강원도 철원군 접경의 고대산 정상에서 북쪽을 바라본 모습. 남녘의 백마고지와 철원평야, 북녘의 구암산(김일성 고지)과 평강군이 내려다 보인다. 고대산은 군사지역으로 묶여 있다가 1980년대 초 개방하면서 주둔 부대는 철수했고 초소(사진 앞)는 비었다.. 김홍준 기자38선을 돌파하고…이런, 대광리라니.20대의 세 여름을 보낸 곳. 십수 년이 흐른 이 여름에야 다시 왔다. 근처 부대에서 사격 훈련 중인지, 총소리가 요란했다. 다음 주 제대하는 BTS 진이 이곳을 지키는 제5보병사단 신병교육대 조교라지. 코앞이 군사분계선 남방..

카테고리 없음 2024.06.10

“역사가 없으면 민족도 없다” 민족사학 개척한 임정 대통령

“역사가 없으면 민족도 없다” 민족사학 개척한 임정 대통령중앙선데이입력 2024.06.08 00:38 [김석동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인물 탐구]  ⑤ 백암(白巖) 박은식독립운동가이자 대한민국 임시정부 2대 대통령을 역임한 박은식 선생의 초상화. [중앙포토]“민족이 있은 뒤에야 역사가 있다. 그러나 역사가 없으면 민족도 없다. 왜냐하면 역사는 민족의 정신이기 때문이다.” 언론인이자 독립운동가이며 민족주의사학을 개척한 박은식 선생이 1911년 ‘대동고대사론’에서 쓴 글이다.1859년 황해도 황주에서 서당 훈장의 막내아들로 태어난 선생은 10세 때부터 7년간 서당에서 공부했고, 17세에 고향을 떠나 두루 다니며 교류의 폭을 넓혔다. 이때 이웃 안악군에 사는 안중근의 부친 안태훈과도 교분을 쌓았는데 이 두 사..

유물과의 대화 2024.06.10

산과 쉼이 있는 전남 장성

하늘서 내려다본 ‘편백의 바다’ … ‘쉼’이 가득한 풍경에 젖어들다[박경일기자의 여행]문화일보입력 2024-05-30 09:11업데이트 2024-05-30 10:50전남 장성 축령산의 편백숲에 최근 새로 만든 ‘치유의 숲 전망대’. 여기 오르면 하늘을 찌를 듯 자란 수직의 숲이, 마치 파도치는 바다처럼 느껴진다. 전망대 위쪽에는 이 산의 나무를 심고 가꾼 고 임종국 선생 부부의 수목장이 있다.■ 박경일기자의 여행 - 산과 쉼이 있는 전남 장성전설 같은 조림의 역사 ‘축령산’기암괴석·암릉도 없는 밋밋한 산압도적 숲으로 100대 명산 꼽혀청년 혼자 나무심고 물지게 날라보상없이 일궈낸 숲이라 더 감동최고의 코스는 ‘모암계곡’빽빽한 나무들이 만든 그늘 아래야자매트까지 깔아 놔 걷기 편해걷다보면 선물같은‘치유전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