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과 술
자, 한 잔 주시게
이제야 가슴이 텅 비었으니
가득 담아 주시게
이 가을에 술 아닌 것이
어디 있겠나
저기, 호수를 닮은 하늘 한 모금
공연스레 음표 하나를 떨구고 가는
바람 한 줄기
귀소를 서두르는 기러기 떼도
이 가슴에 들어오면
술이 되는구나
한 모금 술에도 취하기는
매한가지인데
서산으로 걸어가는 조각달도
부풀었다가는 사그라지는 것을
자, 한 잔 주시게
이제야 가슴이 텅 비었으니
뒤돌아가는 그대 발자국 소리라도 남겨주시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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