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세상과 세상 사이의 꿈

모두 평화롭게! 기쁘게!

세상으로 내려가는시냇물(산문)

내 자식을 훈계할 자격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06. 3. 15. 20:48

내 자식을 훈계할 자격
 
  나호열
   
 
     젊은 부부가 있었다. 그들은 그들의 자식들에게 늘 착하고 검소하게 살아야 한다고 가르쳤다.그들은 여느 부모들처럼 웅변학원,미술학원이니 하는 곳으로 아이들을 내몰지 않았고 늘 아이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려고 노력했다. 공부가 싫은 아이들을 억지로 책상 앞에 앉히는 일도 없었고, 아이들의 성적에 연연해 하지도 않았다.
그들의 소박한 바램은 아이들이 자신의 적성에 맞는 길을 찾아서 평범하고 행복한 사회의 일원이 되는 일일 뿐, 아이들의 합리적이고 자연스런 성장을 위해 자신들의 사고를 맞춰 나갈 줄 아는, 어쩌면 이 시대에 그리 흔치 않은 부모였는지 모른다.
 
  어느날, 일을 마치고 귀가한 남편은 집안을 감싸고 있는 침묵과 암울함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아이는 잔뜩 주눅이 든 채로 구석을 찾고 있었고 아내는 눈물범벅이 된 채로 말을 이어가지 못했다.
"얘가 도둑질을 했어요!"
"도둑질이라니?"
아내가 내뱉는 말에 남편은 치밀어 오르는 분노로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남편은 혀를 끌끌 차면서 아이를 불러 세웠다.
  동네 문방구에는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할 신기하고 재미있는 장난감이 많았다. 문방구는 늘 아이들로 법석이었고 그 많은 아이들을 일일이 상대하는 것이 주인에게는 쉽지 않을 일이었다. 아이는 자신이 갖고 싶은 장난감을 아무렇지 않게 들고 왔고 다행히 아내에게 발각이 되어 이지경이 된 것이다.
  남편은 매를 들어 아이를 때리기 시작했다.'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고 하지 않았던가! 일벌백계로 다스리지 않으면 안되리라! 바늘도둑이 소도둑 되기 전에 버릇을 고쳐 놓아야 한다!

  아이가 잠든 후 젊은 부부는 이 일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서 서로의 의견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 아이들은 자신의 욕구를 제어하기 힘든 면이 있다. 꼭 가지고 싶다는 욕구가 너무 컸던 탓은 아닌가?
  - 용돈을 충분히 주지 못했던 것은 아닌가?
  - 훔친 장난감을 주인에게 돌려준다면 자신의 잘못된 행동을 반성하는 것 보다 타인이 자신의 행동을 알았다는 수치감 때문에 더욱 비뚤어지지 않을까?

  사려깊은 이 부부는 자신들이 문방구 주인에게 값을 치르는 대신 그 값 만큼 아이에게 일을 시키기로 했다.
 - 구두닦기,청소하기 등....


  다시는 그런 일이 없을 것이라고 믿었던 그들에게 몇 달 후 똑같은 일이 벌어졌다. 이 번에는 자신이 직접 물건을 훔친 것이 아니라 친구에게 물건을 훔치게하여 하나씩 나눠가지는 수법으로....아이는 생각했을 것이다.'훔치는 일은 나쁜 일이다.그러나 내가 훔치지 않았기 때문에 잘못이 아니다'
  젊은 부부의 충격은 처음보다 더욱 컸다.그들은 그들의 교육방법이 잘못된 것이 아닌가하는 두려움과 부끄러움 때문에 매를 들 수도 없었다.
 남편은 아이를 방 안으로 데리고 들어가서 조용하게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 이 아버지는 너만 할 때 너무 가난하게 살았다.밥도 굶기 일쑤였고,변변하게 제대로 된 옷을 입어보기도 힘들었으며, 네가 가진 장난감은 상상하지도 못했다.그렇다고 해도 너처럼 남의 것을 탐내거나 훔치는 일은 하지 않았다"
 
 그 때였다. 남편은 더 이상 다음 말을 이어갈 수가 없었다. 갑자기 가슴이 못에 찔린듯 아파오고 눈물방울이 그렁한 아이의 눈을 바라보는 순간,자신의 깊은 어느 곳에서 울려 나오는 어떤 소리를 들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 네가 과연 네 자식에게 훈계할 자격이 있는가?까닭없이 남을 음해하고 공명을 위해서 시기하거나 남을 희생시킨 일은 정녕 없었는가? 지금까지 살아오는 동안 아이의 훔친 행위보다 더 큰 잘못을 정말 한 번도 하지 않았던가?

 잠시후 그는 목소리를 가다듬어 아이에게 이렇게 말했다
" 아버지에게 잘못했다고 말하지 말아라. 우리는 알 수 없지만 이 세상 어딘가에는 우리들을 속속들이 내려다 보시는 그런 분이 있을 것이다.그 분에게 너의 잘못을 이야기하고 용서를 빌 것이며 그 분에게 약속을 하여라"


  이 세상이 많이 어지럽다.남의 잘못을 비난하면서 자신의 마음 속 때는 벗겨내지 못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어른들아! 이 땅의 어린이들이 맑고,깨끗하고씩씩하게 자라게 하기 위해서 우리들은 어떤 일들을 해야할까 한번쯤 생각해 보기로 하자.


 
 

'세상으로 내려가는시냇물(산문)' 카테고리의 다른 글

킹스톤에서의 하루 (1)  (0) 2006.08.20
절망, 너에게 쓰는 편지 [ △TOP ]  (0) 2006.08.20
知天命  (0) 2006.07.14
냉수한사발  (0) 2006.03.02
젊은 날의 초상  (0) 2006.0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