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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철의 꽃 이야기 59

뇌종양 판정 받고 흔들리는 50대, 리시안셔스 꽃다발 주문했지만...

뇌종양 판정 받고 흔들리는 50대, 리시안셔스 꽃다발 주문했지만... [김민철의 꽃이야기]김민철 기자입력 2024.09.03. 00:00   서유미 작가의 단편 ‘토요일 아침의 로건’은 갑자기 뇌종양 판정을 받은 50대 중년 남자의 이야기입니다. 외국계 회사에 다니는 그는 벌써 4년째 토요일 아침마다 영어선생님 젤다와 2시간씩 비즈니스 영어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로건은 그의 영어 이름입니다.◇중년의 위기에서 보이기 시작한 꽃영어도 늘고 회사에서도 승진해 미국 지사 발령을 앞두고 있는데 위기가 찾아옵니다. 건강검진에서 뇌종양을 발견한 것입니다. 그의 삶이 예전과 같을 수 없겠지요. 미국행도 힘들 것 같습니다. 우선 젤다에게 영어 공부를 그만두겠다고 통보해야하는데 선뜻 말하지 못하고 망설입니다. 소설은 로..

신안 맹그로브숲 성공하면 얻는 순기능 5가지

신안 맹그로브숲 성공하면 얻는 순기능 5가지 [김민철의 꽃이야기]김민철 기자입력 2024.08.20. 00:00업데이트 2024.08.20. 17:35   동남아 등 열대·아열대 지역에 가면 큰 강 하구, 바닷가에서 맹그로브숲을 볼 수 있습니다. 맹그로브는 뿌리가 문어 다리 모양으로 물 밖으로 튀어나와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대만 맹그로브숲(쓰차오 그린터널)처럼 숲 사이로 보트나 카약을 타고 다니는 관광코스도 적지 않습니다.코타키나발루에서 가장 큰 섬 '가야섬'에서 카약을 타고 맹그로브 숲을 누비다보면 맹그로브 숲에 사는 게나 바닷 속 조개가 내뱉는 공기 방울도 볼 수 있다. /코타키나발루=이미지 기자 ◇탄소 흡수·저장 능력 뛰어나 주목맹그로브는 태풍, 쓰나미 등 자연재해로부터 해안 침식이나 피해를 막아..

마타리

[신문은 선생님] [식물 이야기] 1m 이상 큰 키에 황금색 꽃과 꽃대… 무더운 날엔 좋지 않은 냄새 풍겨요마타리김민철 기자입력 2024.08.05. 00:30   마타리에 꽃이 핀 모습. /김민철 기자벌써 마타리 꽃이 피기 시작했습니다. 요즘 숲이나 풀밭 등 양지바른 곳에서 가장 인상적인 꽃은 황금색 마타리가 아닐까 싶습니다. 우선 마타리는 꽃도 꽃대도 황금색이고 키가 1m 이상으로 커서 시선을 확 끄는 식물입니다. 숲에 가지 않더라도 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면 주변 언덕 등에서 큰 키에 노란색 물결이 하늘거리는 것을 볼 수 있는데 마타리 무리일 가능성이 높습니다.마타릿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서식 환경이 까다롭지 않아 전국의 산과 들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여름부터 시작해 늦게는 10월까지도 볼 ..

해피트리, '마음에 없는 소리'에서 생기 주는 반려식물로

해피트리, '마음에 없는 소리'에서 생기 주는 반려식물로 [김민철의 꽃이야기]김민철 기자입력 2024.07.23. 00:00업데이트 2024.07.23. 09:12   ‘마음에 없는 소리’는 김지연 첫 소설집의 표제작입니다. 작가 고향인 거제로 보이는 해안가 소도시를 배경으로, 할머니가 운영하다 휴업한 작은 식당을 이어받아 소고기뭇국과 멸추김밥을 메뉴로 개업하는 35세 여성 이야기입니다.◇”해피트리 잘 가꾸어야 식당도 안 망할 것”고향 또래들은 어느덧 번듯하고 안정적인 삶을 찾아가는데 화자는 ‘아무 것도 안 하지는 않았는데 딱히 무얼 했다고 말하기도 어려’운 처지에 있습니다. 시에서 지원해 주는 청년 사업의 커트라인에 딱 걸리는 나이 만 35세지만 생일이 보름 정도 지나 지원금도 받지 못합니다. 그러나 ..

달맞이꽃 터지는 소리, 들어볼까요?

달맞이꽃 터지는 소리, 들어볼까요? [김민철의 꽃이야기]김민철 기자입력 2024.07.09. 00:00   길가 등 여기저기에 노란 달맞이꽃이 피기 시작했다. 달맞이꽃을 보면 박완서 단편 ‘티타임의 모녀’가 떠오른다. 이 작품은 부자집 아들인 운동권 남편과 사는 여공 출신 아내의 소외감과 불안을 그린 소설인데, 달맞이꽃이 중요한 상징으로 나오고 있다. 1993년 발표한 소설이므로 그 당시 시대 상황을 감안해 읽으면 좋을 것이다.◇달맞이꽃 필 때처럼 신경 곤두세우는 남편주인공은 파출부인 엄마가 자신이 사는 대형 아파트에 와서 이것저것 감탄하며 파출부 티를 내는 것이 못마땅하다. 주인공은 고등학교도 제대로 졸업하지 못하고 공장에서 일하다 위장취업한 남편을 만났다. 아들 지훈이를 낳아 서울 변두리 3층집 옥탑..

생전 장례식 치른 할머니, 오롯이 도라지꽃이 되다

생전 장례식 치른 할머니, 오롯이 도라지꽃이 되다 [김민철의 꽃이야기]김민철 기자입력 2024.06.25. 00:00   “나 죽은 뒤에 우르르 몰려와서 울고불고한들 무슨 소용이야. 살아 있을 때, 누가 누군지 얼굴이라도 알아볼 수 있을 때 한 번 더 보는 게 낫지.”홍민정 작가의 장편동화 ‘모두 웃는 장례식’에 나오는 할머니는 이렇게 말하며 돌아오는 자신의 75번째 생일에 생전 장례식을 치르겠다고 한다. 할머니는 유방암 암세포가 온몸으로 퍼져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할머니 치마에 수놓은 도라지꽃이 동화의 주인공은 초등학교 6학년 윤서다. 여름방학을 하자마자 엄마가 일하는 상하이로 떠날 꿈에 부풀어 있었다. 그런데 할머니가 생전 장례식을 치르겠다고 하자 망설이지 않을 수 없었다. ..

봄망초

[신문은 선생님] [식물 이야기] ‘계란프라이’ 닮은 꽃… 개망초와 달리 줄기 속 비어 있죠봄망초김민철 기자입력 2024.05.13. 03:00   요즘 공터 등에서 흰 꽃잎에 가운데는 노란색을 띤 꽃이 무더기로 피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꽃을 좀 아는 사람이라면 개망초라고 생각할 수도 있어요. 그러나 요즘 피는 것은 대부분 봄망초로, 개망초와는 약간 다릅니다.                                  봄망초에 꽃이 피어 있는 모습. 봄망초는 4월부터 6월까지 꽃을 피워요. /김민철 기자먼저 개망초는 국화과 두해살이풀이에요. 두해살이풀은 가을에 싹을 틔워 잎을 만들고 그 상태로 겨울을 보낸 뒤, 봄이 오면 꽃과 열매를 만드는 식물을 말해요. 개망초 이외에도 냉이, 애기똥풀 등이 ..

80년대 서울대생들의 혼돈과 사랑, 그 속에 핀 꽃들

80년대 서울대생들의 혼돈과 사랑, 그 속에 핀 꽃들 [김민철의 꽃이야기]김민철 기자입력 2024.04.30. 00:05업데이트 2024.04.30. 08:35  이연수 작가의 장편소설 ‘도림천 연가’는 1980년대 서울대생들의 이야기다. 성식이라는 서울대 82학번을 통해 당시 젊은이들의 문화, 운동권 정서 그리고 사랑을 솔직하게 담았다. 도림천은 서울대 앞을 지나 안양천으로 합류하는 하천이다.◇ “등꽃이 피면 여기 오자”이 소설의 기본적인 뼈대는 성식과 미현이라는 캠퍼스 커플의 사랑 이야기다. 이 커플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과정, 싸우고 헤어지고 다시 만나는 ‘정신착란’과도 같은 첫사랑 이야기가 가슴 저리면서도 애틋하게 담겨 있다.성식은 여자애가 먼저 웃고 인사하며 호감을 표현하는 것이 좋지만 ‘또..

뉴욕타임스가 1개면 털어 쓴 이 나무 교체 움직임

뉴욕타임스가 1개면 털어 쓴 이 나무 교체 움직임 [김민철의 꽃이야기] 김민철 기자 입력 2024.04.16. 00:05업데이트 2024.04.16. 00:11 뉴욕타임스는 지난달 30일자에 ‘한국, 제국주의 없는 벚꽃 구해(Wanted in South Korea: Imperialism-Free Cherry Blossoms)’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습니다. 1면부터 시작해 5면 전체를 할애한 대형 기사였습니다. 한일 양국 간 오랜 벚꽃 논쟁을 소개하면서 한국에서 일고 있는 왕벚나무 교체 움직임을 조명하는 내용이었습니다. 뉴욕타임스 3월30일자 1면과 5면(오른쪽 아래 빨간 테두리). 한일간 100년 왕벚나무 원조 논쟁과 한국에서 일고 있는 왕벚나무 교체 움직임을 다루었다. ◇100년 원조 논쟁했는데 다른..

벚꽃 개화 시기 예측, 맞출 방법이 있다는데...

벚꽃 개화 시기 예측, 맞출 방법이 있다는데... [김민철의 꽃이야기] 김민철 기자 입력 2024.04.02. 00:00업데이트 2024.04.03. 08:20 올봄 유난히 곳곳에서 ‘벚꽃 없는 벚꽃축제’가 열렸습니다. 서울 송파구는 지난달 31일 석촌호수 벚꽃이 만개하지 않은 상태에서 폐막식을 치렀습니다. 송파구는 지난해에는 축제가 열리기도 전에 벚꽃이 져버리는 낭패를 겪었습니다. 속초시는 지난달 30~31일 벚꽃 없는 ‘영랑호 벚꽃축제’를 연 다음 벚꽃 만개가 예상되는 6~7일 벚꽃축제를 한번 더 열기로 했습니다. 속초시는 “하늘을 이길 수가 없습니다”고 했습니다. 벚꽃 개화 시기는 여의도 벚꽃 축제 등 지역 축제나 행사와 맞물려 있기 때문에 정확한 예측이 굉장히 중요한 문제입니다. 수백만 건의 빅 ..

국립중앙박물관 뜰에 찾아온 봄

국립중앙박물관 뜰에 찾아온 봄 [김민철의 꽃이야기] 김민철 기자 입력 2024.03.19. 00:00업데이트 2024.03.19. 14:36 지난 주말 서울 국립중앙박물관 뜰과 ‘오솔길’엔 봄기운이 완연했습니다. 양지바른 곳이라 그런지 다른 곳보다 봄이 일찍 찾아온 것입니다. 먼저 박물관 앞뜰엔 매화 향기가 가득했습니다. 이곳 뜰에는 꽃받침이 붉은색인 백매도 있었지만 꽃받침이 연두색인 청매가 많았습니다. 이곳 매화가 피었으니 청계천 매화거리, 봉은사, 낙선재 등 다른 서울 매화 명소에도 꽃이 피었거나 곧 필 것입니다. 국립중앙박물관 매화. 산수유도 노란색 물을 들였고 양지바른 곳엔 벌써 진달래도 피어 있습니다. 기상정보업체 웨더아이는 올해 진달래의 개화 시기가 전국적으로 평년보다 1~5일 정도 빠를 것이..

백석 시 ‘흰 바람벽이 있어’ 바구지꽃의 정체는?

백석 시 ‘흰 바람벽이 있어’ 바구지꽃의 정체는? [김민철의 꽃이야기] 김민철 기자 입력 2024.02.20. 00:00 김민철의 꽃이야기 뉴스레터 구독하기 ☞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84750 백석의 시 ‘흰 바람벽이 있어’는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과 함께 시인의 절창 중 하나로 꼽힙니다. 흰 바람벽이 화자 의식의 스크린 구실을 하는 절묘한 착상으로 쓰여진 시입니다. 고등학교 문학 교과서에도 나오는 시인데, 이 시 마지막 부분에 생소한 ‘바구지꽃’이 나옵니다. ◇바구지꽃, 시인이 높이 여긴 4가지 중 하나 시인이 가장 사랑하는 것들,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한 것들 4가지 중 하나로 바구지꽃을 든 것입니다. 시인이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에서 절망..

1억부 작가가 쓴 녹나무의 비밀

1억부 작가가 쓴 녹나무의 비밀 [김민철의 꽃이야기] 김민철 논설위원 입력 2024.02.06. 00:00 김민철의 꽃이야기 뉴스레터 구독하기 ☞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84750 히가시노 게이고의 ‘녹나무의 파수꾼’은 500페이지가 넘는 소설이지만 술술 읽혔습니다. 주인공 레이토는 직장을 잃고 복수심으로 공장 기계를 훔쳤다가 경찰에 붙잡힙니다. 이때 그동안 알지 못했던 부자 이모 치후네가 나타나 레이토를 유치장에서 나가게 해주는 조건으로 녹나무 파수꾼으로 일하라고 합니다. ◇녹나무 동굴에서 하는 ‘기념’? 녹나무는 도쿄에서 전철로 1시간 간 다음 다시 버스로 20여분 더 달려야 나오는 신사에 있었습니다. 소원을 이루어준다는 전설을 가진 나무였습니다. 소설엔 ..

‘순이삼촌’에서 만난 제주도 나무 4가지

‘순이삼촌’에서 만난 제주도 나무 4가지 [김민철의 꽃이야기] 김민철 논설위원 입력 2024.01.23. 00:05 김민철의 꽃이야기 뉴스레터 구독하기 ☞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84750 얼마 전 제주도에 갔을 때 파란 겨울 하늘을 배경으로 대추 모양의 노란 열매가 주렁주렁 달린 나무들을 많이 보았다. 멀구슬나무인데, 우리나라 남해안과 제주도 민가 주변에서 흔히 자라는 나무다. 이 나무를 보니 4·3사건을 다룬 현기영 중편소설 ‘순이삼촌’이 떠올랐다. ◇제주도에서 같은 날 멀구슬나무에 돼지 잡는 이유 소설은 화자가 할아버지 제사에 맞추어 고향 제주에 내려갔다가 순이삼촌이 자살했다는 소식을 접하는 것으로 시작하고 있다. 순이삼촌은 어려서부터 가깝게 지낸 친척 ..

야생화 찍는 남자, 라일락 같은 남자... 25세 여성의 선택은?

야생화 찍는 남자, 라일락 같은 남자... 25세 여성의 선택은? [김민철의 꽃이야기] 김민철 논설위원 입력 2024.01.09. 00:00업데이트 2024.01.10. 09:58 김민철의 꽃이야기 뉴스레터 구독하기 ☞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84750 양귀자 장편소설 ‘모순’이 요즘 베스트셀러 순위에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20년도 더 전에 읽은 기억이 있는 소설인데 무슨 일인가 싶었다. 이 책은 1998년에 처음 나온 소설이다. 26년 전이다. ◇26년전 나왔지만 여전히 베스트셀러 광화문 교보문고에 가보니 이 소설이 국내소설 4위였고 2판 84쇄를 팔고 있었다. 26년 전이면 김대중 대통령이 취임한 해이고 IMF로 온 국민이 고통받던 시기였다. ‘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