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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철의 꽃 이야기 39

치자꽃 향기, 여인의 향기

·라이프문화 일반 [김민철의 꽃이야기] 치자꽃 향기, 여인의 향기 김민철 논설위원 입력 2023.08.22. 00:00 김민철의 꽃이야기 뉴스레터 구독하기 ☞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84750 서울 거리를 걷다보면 가끔 치자꽃 향기를 맡을 수 있다. 치자나무는 남쪽지방에선 밖에서도 잘 자라지만 서울 등 중부지방에서는 밖에서 겨울 추위를 이기지 못해 대개 화분에 심어 가꾼다. 예전엔 치자에 대한 인상이 열매를 노란물 들이는 염료로 사용하는 식물이라는 것 정도였다. 그러다 어느날 아름다운 하얀 꽃과 강렬한 꽃 향기에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 여름 치자꽃은 신선하면서도 달짝지근한 향기를 갖고 있다. 정미경의 소설 ‘달은 스스로 빛나지 않는다’를 읽고 치자꽃 향기가 여..

작가 박경리가 편애한 ‘옥잠화 여인’

[김민철의 꽃이야기] 작가 박경리가 편애한 ‘옥잠화 여인’ 김민철 논설위원 입력 2023.08.08. 00:00 김민철의 꽃이야기 뉴스레터 구독하기 ☞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84750 박경리 대하소설 ‘토지’에서 식민지 조선의 신여성 임명희는 조연급이다. 그런데도 토지 3~5부에 자주 등장하고 좋게 묘사되는 인물 중 하나다. 소설에서 서희, 유인실, 양현 등과 함께 작가가 빼어난 미인으로 묘사한 여성이기도 하다. 임명희는 신분이 중인 출신이었지만 일제강점기 일본에서 대학을 나온 똑똑한 여성이었다. 혼기에 이르렀을 때 임명희는 마음에 둔 이상현에게 청혼 아닌 청혼을 하면서 떠보지만 이상현이 마음이 없는 것을 알고 친일파 집안의 장남 조용하와 결혼한다. 원래 조..

사연 많은 남산 와룡매, 이번엔 강풍에 부러져

[김민철의 꽃이야기] 사연 많은 남산 와룡매, 이번엔 강풍에 부러져 김민철 논설위원 입력 2023.06.27. 00:00 김민철의 꽃이야기 뉴스레터 구독하기 ☞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84750 며칠전 서울 남산 둘레길을 걷고 안중근의사기념관 앞에 도착했을 때 깜짝 놀랐습니다. 안중근의사기념관 앞 명물 와룡매 중 홍매가 보이지 않는 겁니다. 무슨 일이 생긴 걸까요? 아래는 현장 사진입니다. 와룡매 중 홍매가 잘려나가고, ‘지난 5월 6일 강풍으로 부러져 접목 후 생육 상태를 관찰 중’이라는 안내판이 붙어 있었습니다. 찾아보니 지난달 어린이날 연휴는 전국적으로 비가 내리고 강풍이 부는 날씨였습니다. 특히 6일 오전엔 서울 남산 주변에 초속 10m/s 안팎의 비교..

퇴계 이황도 감탄한 소백산 철쭉 보러 가다

[김민철의 꽃이야기] 퇴계 이황도 감탄한 소백산 철쭉 보러 가다 김민철 논설위원 입력 2023.05.30. 00:00업데이트 2023.05.30. 08:16 김민철의 꽃이야기 뉴스레터 구독하기 ☞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84750 소백산 철쭉이 근래 몇 년 사이 가장 상태가 좋다는 얘기를 듣고 가만 있을 수 없었다. 마침 5월말~6월초는 소백산을 낀 두 도시, 단양·영주가 소백산 철쭉제를 여는 시기다. 소백산 철쭉제는 거의 유일하게 진짜 철쭉으로 하는 철쭉제다. 다른 곳 철쭉제는 산철쭉이 필 때 하는 것이 대부분이고 아예 철쭉은 물론 산철쭉도 없이 영산홍만 심어놓고 철쭉제를 하는 곳도 있다. 27일 산행 출발점으로 잡은 어의곡탐방센터에 도착하니 찔레꽃 향기가 ..

천명관은 잡초의 작가, ‘고래’는 개망초 노래

[김민철의 꽃이야기] 천명관은 잡초의 작가, ‘고래’는 개망초 노래 김민철 논설위원 입력 2023.05.16. 00:00 김민철의 꽃이야기 뉴스레터 구독하기 ☞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84750 내가 읽은 소설 중에서 잡초를 가장 실감 나게 묘사한 소설은 천명관의 장편 ‘나의 삼촌 브루스 리’였다. ‘쇠비름보다 더 악랄한 새끼!’ ‘뽑아내도 뽑아내도 질기게 다시 뿌리를 내리는 쇠비름처럼…’ 같은 표현이 나온다. 쇠비름은 가지를 많이 치면서 사방으로 퍼져 방석 모양으로 땅을 덮는다. 뽑더라도 그대로 두면 다시 살아날 정도로 끈질기다. 그래서 ‘뽑아내도 뽑아내도 질기게’로는 쇠비름 당할 식물이 없다. 그런데 잡초의 특징을 잘 살리면서도 적절하게 배치한 그의 소설이..

꽃가루 알레르기 주범은 이 나무들<184회>

[김민철의 꽃이야기] 꽃가루 알레르기 주범은 이 나무들 김민철 논설위원 입력 2023.05.02. 00:00 김민철의 꽃이야기 뉴스레터 구독하기 ☞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84750 요즘 꽃가루 알레르기 때문에 고생하는 사람들이 많다. 꽃가루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건 바람에 의해 꽃가루가 날리는 풍매화다. 구체적으로는 참나무, 자작나무, 오리나무, 삼나무에서 날리는 꽃가루가 주범이다. 곤충이 꽃가루를 전달하는 충매화는 알레르기를 일으키지 않는다. 알레르기 전문가인 오재원 한양대구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올해 유난히 꽃가루가 많이 날리는데다 3년 코로나 유행으로 사람들 면역력도 떨어진 탓인지 예전보다 꽃가루 알레르기 환자가 2배 이상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팬지·복사꽃·양버들, 공원보다 화폭에 더 꽃이 많더라

[김민철의 꽃이야기] 팬지·복사꽃·양버들, 공원보다 화폭에 더 꽃이 많더라 한국근현대미술전에 핀 꽃들 김민철 논설위원 입력 2023.04.18. 00:00 김민철의 꽃이야기 뉴스레터 구독하기 ☞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84750 지난 주말 소마미술관 가는 길, 올림픽공원은 이른 개화로 봄꽃들이 거의 다 지고 없었다. 영산홍·조팝나무도 끝물이었다. 그러나 ‘다시 보다: 한국근현대미술전’이 열리는 미술관에 들어서니 바깥보다 더 화사하게 꽃들이 피어 있었다. 가장 꽃이 화려한 그림은 천경자의 ‘꽃과 나비’였다. 71.5×89.5㎝의 큼지막한 화폭에 팬지, 히비스커스 등 다양한 꽃들이 나비와 함께 담겨 있었다. 무궁화와 같은 속(屬)인 히비스커스는 꽃잎 5장에 꽃술대..

벚나무·왕벚나무에서 겹벚꽃·수양벚꽃까지

[김민철의 꽃이야기] 벚나무·왕벚나무에서 겹벚꽃·수양벚꽃까지 김민철 논설위원 입력 2023.04.04. 00:0 김민철의 꽃이야기 뉴스레터 구독하기 ☞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84750 벌써 서울 벚꽃이 지기 시작했습니다. 곳곳에서 벚꽃 꽃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서울 벚꽃이 4월4일 공식 개화했는데 올해는 빨라도 너무 빠릅니다. 벚꽃이 다 지기 전에 주변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벚나무, 왕벚나무, 산벚나무, 올벚나무, 잔털벚나무 등 5가지 벚나무에서 겹벚꽃·수양벚꽃까지 어떻게 구분하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왕벚나무·올벚나무, 잎이 나기 전에 개화 먼저 왕벚나무와 올벚나무는 잎이 나기 전에 꽃이 핍니다. 여의도 등 가로수로 심은 벚나무는 대부분 왕벚나무..

이념 속에 핀 꽃들

[김민철의 꽃이야기] 이념 속에 핀 꽃들 “진보정의당, 黨名 ‘민들레당’ 검토 伊 좌파의 ‘올리브 동맹’에서 착안 민주당·문재인, 담쟁이·달개비 애착 左派, 꽃 이념화나 상징 좋아하고 右派, 그냥 좋아하거나 취미로 즐겨 꽃은 좌우·이념 무관… 피었다 질 뿐” 김민철 선임기자 입력 2013.07.09. 03:05업데이트 2020.11.17. 13:24 김민철 사회정책부 차장 곧 꽃 이름을 당명으로 쓰는 정당이 나올지도 모르겠다. 진보정의당은 오는 21일 전당원대회에서 2기 지도부를 구성하면서 당명도 개정할 예정이다. 새 당명 후보를 사회민주당, 민들레당, 정의당 등 3개로 압축해 놓았는데, 당원들의 선택에 따라 민들레당이라는 당명이 나올 수도 있는 것이다. 이 진영의 민들레 사랑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선운사 벚꽃이 곧 터질 무렵 ‘상춘곡’

[김민철의 꽃이야기] 선운사 벚꽃이 곧 터질 무렵 ‘상춘곡’ 김민철 논설위원 입력 2023.03.21. 00:00 김민철의 꽃이야기 뉴스레터 구독하기 ☞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84750 윤대녕의 ‘상춘곡’은 요즘 읽기 좋은 소설이다. 소설의 시간적 배경이 수선화, 개나리, 목련은 피고 벚꽃과 선운사 동백은 아직 피지 않은, 딱 요즘이다. 소설은 젊은 날 불 같은 사랑을 하다 헤어진 연인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인데, 첫 문장이 ‘벚꽃이 피기를 기다리다 문득 당신께 편지 쓸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이다. 편지를 쓰는 화자와 전 연인은 열흘 전, 7년만에 재회해 벚꽃이 피면 다시 만나자는 말을 나눈다. 화자는 그때까지 기다릴 자신이 없어서 미리 남쪽으로 내려가 ‘벚..

개화(開花)의 법칙

[재미있는 과학] 봄꽃, 한 해 전 여름부터 꽃눈 준비… 겨울잠 자야 피죠 입력 : 2023.03.14 03:30 개화(開花)의 법칙 ▲ /그래픽=유재일 추운 겨울이 지나고 따뜻한 봄이 오면 형형색색 꽃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해요. 겨울과 봄의 경계엔 동백이 먼저 펴요. 이어 매화→산수유→목련→개나리→진달래 등 순으로 봄꽃이 피어나지요. 식물은 왜 이렇게 시간을 달리하여 꽃을 피울까요. 봄꽃 세상에도 질서가 있다는데, 그 질서는 무엇이 만들어낼까요. 시차를 두고 차례로 진화생물학자들에 따르면, 식물이 꽃을 피우는 시기를 조절하는 것은 더 많은 자손을 퍼뜨리려는 전략이라고 해요. 식물은 동물처럼 좋은 환경을 찾아 옮겨 다니지 못하니 꽃 피는 시간이라도 달리해 경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려는 것이래요. ..

목련·백서향·붓순나무, 제주도로 봄꽃 마중 갔더니

[김민철의 꽃이야기] 목련·백서향·붓순나무, 제주도로 봄꽃 마중 갔더니 김민철 논설위원 입력 2023.03.07 00:00 김민철의 꽃이야기 뉴스레터 구독하기 ☞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84750 한반도에서 봄이 가장 먼저 상륙하는 제주도로 봄을 마중 나갔습니다. 제주도는 지금 봄기운이 완연합니다. 열흘이나 보름 후 서울 등 중부지방 모습일 것 같습니다. ◇애기동백·매화는 지고 목련·산수유·붓순나무는 시작 한라산은 백록담에 오를 때 코스의 절반 정도는 아이젠을 착용해야할 정도로 눈이 녹지 않았습니다. 정상 부근 찬바람도 정말 매섭게 불었습니다. 그러나 한라산만 벗어나면, 제주시와 서귀포 등은 따스한 봄바람이 살랑거렸습니다. 애기동백꽃은 거의 졌고 동백꽃은 아직..

꽃보다 예쁜 겨울눈, 나무는 다 계획이 있었다

[김민철의 꽃이야기] 꽃보다 예쁜 겨울눈, 나무는 다 계획이 있었다 김민철 논설위원 입력 2023.02.21 00:00 김민철의 꽃이야기 뉴스레터 구독하기 ☞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84750 겨울나무는 낙엽을 떨구고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것 같지만 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미 지난해에, 이르면 늦봄부터 겨울눈을 만들어놓고 봄바람을 기다리는 것입니다. 요즘 봄기운이 돌기 시작하자 겨울눈들은 바짝 긴장하고 있을 겁니다. 봄꽃 선봉대인 산수유는 벌써 꽃눈이 터지기 시작했습니다. 막 터지고 있는 산수유 꽃눈. 2월말 모습이다. 겨울눈은 잎 지는 나무들이 이듬해 필요한 꽃이나 잎을 겨우내 잘 보호하기 위해 만드는 조직입니다. 본격적으로 꽃이 피거나 잎이 싹트기 전인..

야생화 聖地 천마산에 찾아온 봄

[김민철의 꽃이야기] 야생화 聖地 천마산에 찾아온 봄 서울에서 가까운 야생화 寶庫, 얼레지·앉은부채 등 랠리 시작 비교적 높고 흙·계곡 많아 봄 야생화들엔 최적 환경 봄꽃은 대부분 여리디여려 조심해서 다가가야 보존 가능 김민철 선임기자 이철원 기자 입력 2016.03.31 03:00 | 수정 2016.03.31 10:16 김민철 논설위원 드디어 경기도 남양주 천마산에 봄꽃 잔치가 시작됐다. 지난 주말 천마산에 들어서자 먼저 현호색이 반겨주었다. 종달새 무리가 앉아 있는 듯한 보라색 꽃을 피우는 꽃이다. 천마산엔 잎에 흰 점이 박힌 점현호색이 많다. 천마의집 쪽으로 좀 더 올라가자 곳곳이 노란 물감을 칠해놓은 듯하다. 생강나무 꽃이 핀 것이다. 지나가는 등산객 하나가 생강나무 가지를 잡고 큼큼 꽃냄새를 맡..

‘빅 피쉬’ 1만송이 수선화 vs 거문도 금잔옥대 수선화

[김민철의 꽃이야기] ‘빅 피쉬’ 1만송이 수선화 vs 거문도 금잔옥대 수선화 김민철 논설위원 입력 2023.02.07 00:00 김민철의 꽃이야기 뉴스레터 구독하기 ☞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84750 요즘 젊은이들이 근사한 프러포즈를 고민하느라 스트레스 받는다는 얘기를 들었다. 감동적인 장소 또는 방법으로 프러포즈를 하는 것이 상당히 중요한 절차 중 하나가 됐다는 것이다. 살 집 마련 등 다른 결혼 준비도 만만치 않을텐데 또 하나의 고민거리가 생겼다니 좀 안쓰러운 마음까지 들었다. 가장 유명한 프러포즈 중 하나는 영화 ‘빅 피쉬(Big Fish)’에 나오는 프러포즈일 것이다. 이 영화(2004년 개봉)는 허풍쟁이 아버지 에드워드와 그런 아버지 이야기의 진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