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세상과 세상 사이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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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부 (2021.12)

석등에 기대어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24. 7. 4. 17:25

석등에 기대어

 

 

초여름보다는 애써 늦봄이라 하자

소나기는 말고 눈물이 아니라고 우겨도 좋을

눈썹 가까이 적시는 가랑비라 하자

먼 길을 떠나야 할 것 같은 아침보다는

기다리는 이 없어도 돌아가는 마음이 앞서는

저녁 어스름이라 하자

마음이 하냥 깊어져야 만나는 개선사지

꽃대궁만 키를 세우고 피어나지 않은 꽃

그 앞에 서면 꽃은 피는 것이 아니라

창을 여는 것이라고 우겨도 좋겠다

시방十方을 한 눈에 담고

제 그림자를 옷깃으로 날리는 꿈을 잊지 않았느냐고

화창花窓에 어리는 혼잣말

어디에도 세월의 뒷모습을 보이지 않아

더 살고 싶은 외로움을 손잡아주는

그 어디쯤

나도 네가 되어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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