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서
울타리가 없는 집이라고 오랜 친구가 나를 일러 그리 불렀다. 무리(無籬)라 읽어야 마땅한데 그는 나를 늘 무이라 불렀다. 그 때마다 나는 무리(無理)와 무이(無二) 사이에서 할 말을 잃었다. 그저 하루하루를 감사한 마음으로 살면서 어느덧 고희가 되어 가는데 마땅히 이룬 것도 없고, 아쉬운 것도 없지만 친구의 말 대로 울타리가 없는 자유를 잊은 적은 없다.
내게 시는 내면에서 솟구쳐 오르는 안타까움의 고백이었을 뿐이지만, 이 말은 나름대로 생(生)을 통찰하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였다. 닿을 듯 닿지 않는 저 너머가 늘 궁금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