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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로 오르는사다리(시)

나한 56-백일홍 편지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23. 6. 1. 23:46

나한 56

-백일홍 편지

 

 

 

길섶 모퉁이에 핀 백일홍을 보았네

지나가다 흠칫 되돌아보니

이제 막 붉어지려는지

하얗게 흔들거리네

아니 백일을 붉다가 웃음을

지워버리는 중인지도 모르지

누구를 기다리나

앉은 듯 서 있는 듯

향기는 없어도 나비는 찾아오고

여름 한낮 뙤약볕을 가슴에 품고

우리는 그렇게 늙어가려나

핏줄이면서 남인 누이의 얼굴이

나를 미워하다던 그 말이

이제는 서럽지 않네

한 송이 백일홍 편지를 읽다가

가던 길을 잊었네

 

 

문학과 창작 2023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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