玉 다방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나를 사모하는 언니가 있었지 계란반숙을 몰래 주기도 하고 가끔은 거추장스럽다고 치마를 슬쩍 무릎위로 올리기도 했지
이제는 천국으로 떠났을 주인 이모는 장부에 적지도 않고 커피를 외상으로 주었지
강의실 대신 이 빠진 엘피판 저 푸른 초원 위에 뮤직박스에 앉아 시름 많은 청춘을 시라고 쓸 때 외상값은 발자국을 찍은 판넬로 받는다고 했지
학교는 학교 밖의 인생이라고 세상 밖 군대로 떠나는 나를 똥똥한 웃음으로 배웅해 주었지
그 언덕 너머 그 다방은 이제는 없네 레지라 불리던 언니는 어디서 나와 늙어가고 있는지
아직도 오십 잔 커피 외상값은 그대로 남아 있는데 그 이모는 어딜 갔는지
온데 간데 없는 세상 밖에서 나는 오늘도 서성거리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