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둔역에서
어느 사람은 떠나고
어느 사람은 돌아오고
어느 사람은 영영 돌아오지 않고
어느 사람은 끝끝내 잊혀지지 않고
저 홀로 기다림의 키를 세우고
저 홀로 그리움을 아로새기는
저 느티나무와 향나무
구둔역에 오는 사람들은
모두 그 무엇이 된다
눈길 닿는 곳
허물어지고 낡아가는 그 무엇의 주인공이 되어
쿵쿵 가슴을 울리며 지나가던 청춘의 기차를
속절없이 기다리는 것이다
그러다가 나는 누구의 구둔역인가 속말을 되뇌어보기도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