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세상과 세상 사이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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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베이비박스 2019

다섯 살 아이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22. 10. 24. 16:29


다섯 살 아이

 

일요일 오후쯤이었으리라
모처럼 툇마루에 햇살이 내려앉은
이른 봄쯤이었으리라
예쁘게 웃어봐
예쁨이 뭔지도 모르면서
아이는 웃고
기도가 뭔지도 모르면서
두 손을 모았으리라
젊은 엄마는 긴 겨울날의
짧은 햇살로 이은 털실로
털 바지를 입히고
바람과 다름없던 아빠는
순간을 남기기 위해
분주히 사진기의 초점을 맞추었으리라
다시는 오지 않을 듯한
봄을 기다리는 일요일 오후
손바닥만 한 사진 속 아이는
흑과 백의 무채색의 세월을 지나
어디로 갔나
흘러가는 강물 속을 들여다보듯
주름살 하나 없는 웃음과
바랄 것이 없는 기도는
어디로 갔나
가끔 바람이 전해주는 풍문으로
해맑은 웃음과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기도를 배우고 있는
누렇게 물든 가랑잎
발밑에 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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