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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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베이비박스 2019

빈 집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22. 10. 14. 14:04

빈 집

 

 

우리 집 개는 심심하면 짜증을 낸다
무엇이든 눈에 보이는 것
닥치는 대로 물어뜯는다
노란 앵무가 말을 배우려고
부리를 쭈빗대면
하얀 이빨을 들이대며 짖어댄다
그리하여 우리 집 티브이는 하루 종일
켜져 있다
다들 애국한다는 철새들이 흘리는 말들
감정을 몰입하며 가짜 눈물을 흘리는
연속극
우리 집 개는 한심하다는 듯이 턱 고이고 쳐다보다가
스르르 오수를 즐긴다
정말 우리 집 개는 심심해서 짜증을 내는 것일까
세상에서 쫓기듯 퇴출당한 사람은
정말 외로운 것일까
사람과 개가 나란히 앉아
서로에게 묻는다

외로워?
개는 또 짖기 시작하고
사람은 길게 하품을 내뱉는 한낮
빈 집은 갈 곳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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