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구 楊口
거슬러 올라가다보면
슬픔으로 자라나는 나무를 만날거라고
누가 나에게 강을 일러주었나
옛길은 승천하듯 물길과 함께
분명 홀연히 사라진 것이 아니라
잊힘으로 버려진 아버지처럼
죽음 저 너머 너울거리는 신기루임을
채 알아채기도 전에
북녘으로 향하는 아득한 외길을 걸었다
아무도 나를 검문하지 않는 숲을 지나서
한낮에도 인적이 드문 마을을 지나서
슬픔으로 자라는 나무는 어디에도 없음을
믿어야 하는 나이쯤
마을이 끝나는 곳에서
다시 강을 만났다
슬픔의 통증을 놓아주기에
부끄럽지 않은 곳
양구라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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