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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선집 ‘그대 앞에 봄이 있다’ 발간한 김종해 시인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17. 2. 11. 00:14

[문화] 게재 일자 : 2017년 02월 10일(金)
김종해 “내 詩가 독자들에게 온기 전하는 곁불 되길…”
 

- 시선집 ‘그대 앞에 봄이 있다’ 발간한 김종해 시인 

잘 ‘발효된’ 서정시 33편 모음 
이해하기 쉽고 현실적인 작품 
울림과 향기가 있는 시 전해줘
 

“시를 써온 지 54년이다. 그동안 모아둔 700여 편 가운데 내가 좋아하는 서정시 33편을 골랐다. 독자들도 좋아하고 공감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잘 ‘발효된’ 시들이다.” 

문단의 원로 김종해(76·사진) 시인이 9일 시선집 ‘그대 앞에 봄이 있다’(문학세계사)를 펴냈다. 1963년 ‘자유문학’ 신인문학상 수상, 1965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당선으로 등단한 이후 출간한 11권의 시집과 4권의 시선집에서 다시 한 번 추린 ‘잘 익은’ 시들이다.  

김 시인은 “이해하기 어렵고 초현실적 상징이 넘치는 시를 쓰는 사람은 이상(李箱) 시인 한 명이면 충분하다. 시는 독자의 마음에 가닿게 쉽게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내 시가 누군가에게는 온기를 전해주는 곁불이 될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이번 시선집에는 평소 김 시인이 강조한 ‘울림과 향기가 있는 시’라는 시론(詩論)이 잘 스며 있다. 표제작이 대표적이다. 

“우리 살아가는 일 속에/ 파도 치는 날 바람 부는 날이/ 어디 한두 번이랴/ 그런 날은 조용히 닻을 내리고/ 오늘 일을 잠시라도/ 낮은 곳에 묻어 두어야 한다/ 우리 사랑하는 일 또한 그 같아서/ 파도 치는 날 바람 부는 날은/ 높은 파도를 타지 않고/ 낮게 낮게 밀물져야 한다/ 사랑하는 이여/ 상처받지 않은 사랑이 어디 있으랴/ 추운 겨울 다 지내고/ 꽃필 차례가 바로 그대 앞에 있다” 

높은 파도와 같은 시련과 역경 속에서는 잠시 쉬어가는 삶의 지혜를 발휘해야 함을 일깨워준다. 그 상처를 견디고 나면 추운 겨울 뒤에 봄날의 꽃이 피듯이 희망이 찾아온다는 걸 알려준다. 지극히 평범한 자연의 섭리를 통해 삶에 대한 경건하고 진지한 자세를 역설하고 있다. 함축적이고 청정한 언어로 서정시의 아름다움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 시는 2013년 발표됐다. ‘아름다운 세상 만들기’라는 극장용 홍보 캠페인에 사용되면서 화제가 됐다. 극장의 주요 관객인 20∼30대와 가까워지는 계기가 됐다. 

김 시인은 “SNS에 김종해 해시태그를 치면 바로 이 시가 뜬다. 독자들에게 매우 사랑받은 시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팔순을 바라보는 김 시인은 몇 가지 타이틀을 더 가지고 있다. 하나는 출판사 대표 명함이고, 다른 하나는 ‘대표적 형제 문인’이라는 수식어다.  

김 시인은 1979년 문학세계사를 창립한 이후 38년간 운영해 오고 있다. 2002년엔 시 전문 계간지 ‘시인세계’도 창간해 한동안 문단의 신인을 육성하기도 했다. 그는 2014년 먼저 세상을 떠난 김종철 문학수첩 창립자 겸 전 한국시인협회장의 형이다. 형제는 차례로 한국시인협회장을 지낸 시인이면서 동시에 출판사를 운영한 경영인이었다. 

그래서 김 시인의 시 세계는 관념적, 추상적이기보다는 현실적이고 구체적이다. ‘봄꿈을 꾸며’ ‘새는 자기 길은 안다’에도 이 같은 정서가 잘 드러난다.

김 시인은 또 문단의 소문난 주당이기도 하다. 요즘에도 지인들과 일주일에 3∼4번 가벼운 술자리를 갖는다. 서울 마포구 용강동에 있는 돼지갈비 식당이 그의 30년 단골집이다. 그는 “선후배, 동료들과 교류하는 자리에는 술이 빠질 수 없는데 그러기 위해서 일주일에 적어도 네 번 운동한다. 건강하게 술을 마시기 위해서 운동하는 셈”이라며 “사람 사는 세상의 마음과 소통할 수 있는 시인이 될 것을 늘 다짐하며 산다”고 덧붙였다.  

김인구 기자 clark@munhw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