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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만 책 12권 집필 복거일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14. 7. 2. 21:23

올해만 책 12권 집필 복거일 “일찍 죽을줄알고 썼는데…”
“현대인이 16세기로 간 내용 ‘역사 속의 나그네’ 9월 출간
‘한가로운 걱정들을 직업적으로 하는 사내의 하루’(문학동네), ‘삶을 견딜 만하게 만드는 것들’(다사헌), ‘굳세어라 금순아를 모르는 이들을 위하여’(기파랑), ‘리지웨이, 대한민국을 구한 지휘관’(백년동안). 올해 들어 벌써 4권째다. 자신의 작품을 영어로 직접 옮겨서 싱가포르에서 출간한 소설 ‘더 조비언 세잉스(The Jovian Sayings)’와 희곡 ‘디 언포가튼 워(The Unforgotten War)’를 합치면 6권이다. 최근 한 달에 한 권꼴로 소설가 복거일(68·사진) 씨의 책이 나오고 있다.

그는 2년 반 전 간암4기 판정을 받았지만 오직 글쓰기를 위해 치료를 거부했다. 이를 증명하듯 최근 잇달아 출간되고 있는 그의 책은 마치 죽음과 맞바꾼 삶의 기록들 같다.

복 씨는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일찍 죽을 줄 알고 한꺼번에 내다보니까 그렇게 됐다”며 크게 웃었다. “책을 하도 많이 내서 나도 뭐가 뭔지 모르겠다. 작전계획이 잘못된 것 같다”는 우스갯소리도 했다.

올해 그의 책은 적어도 6권이 더 출간될 것으로 보인다. 복 씨는 문학과 지성사에 6권 분량의 ‘역사 속의 나그네’ 원고를 이미 넘긴 상태다. ‘역사 속의 나그네’는 그가 20여 년 전 3권의 책으로 출간한 바 있어 의미가 남다르다. 기존에 나온 1∼3권은 다시 손보고, 4∼6권은 새로 썼다. 문학과 지성사는 이를 9월 중 동시 출간할 계획이다. 올해만 12권의 책이 나오는 것이다.

“일종의 과학소설인데 21세기 사람이 임진왜란 직전인 16세기 조선으로 가서 현대의 지식으로 사회를 개혁하는 내용입니다. 노비를 해방하고 현대의술로 아픈 사람도 치료하죠. 앞으로 다른 책들은 시작을 하지 않을 것 같고, 이 시리즈를 죽을 때까지 써보려고 합니다. 몇 십 권짜리로 생각하고 있어요, 말하자면 대하소설이죠.”
 

“왜 하필 이 책이냐”는 질문에 “재미있지 않냐”는 답이 돌아왔다. “정치가가 나라 바꾸는 것보다 흥미롭지 않습니까. 세상을 좌파식으로 뒤엎는 것이 아니고, 시장을 활성화하고 해외와 교역해 나라를 부유하게 만드는, 저의 우파 이념을 담은 책입니다. 우리가 못살게 된 이유는 사농공상이라 해서 상업을 등한시했기 때문이에요. 가난을 벗어나는 조선의 이야기는 꼭 써보고 싶었던 것입니다.”

그는 여전히 암치료를 받지 않고 있다. 항암화학요법 등 치료를 받다 몸이 상해서 글을 쓰지 못하는 것보다 몸이 완전히 고장나기 전에 한 편이라도 더 쓰겠다는 설명이다.

병원은 가지 않아요. 치료도 안 받을 거면서 진척 상황이 궁금해서 병원을 기웃하다 보면 시간만 뺏깁니다. 음식이라도 가려 먹어야 하는데 사람들 만나면 술 마셔서 말짱 도루묵이고, 담배는 예전에 끊었지만 사람들이 주면 또 피워요. 사는 것이 얼마나 연장이 되겠습니까. 저한테 더 중요한 건 좋은 글을 쓰는 겁니다.”

그에게도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없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무조건적인 생명 연장보다 자신에게 의미있는 일을 택한 ‘죽음에 대한 태도’가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주고 있다. 글을 위해 죽음을 초월한 듯한 모습에서 작가적 비장함마저 묻어났다.

유민환 기자 yoogiza@munhwa.com